오늘의 화두

감각의 디지털화

미국에 있는 외손녀 이든이가 대전에 있는 외손자 재우를 영상으로 보면서 ‘오빠’ 하고 부르며 좋아한다. 영상을 통해 오빠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이 신통하다. 가까운 타자를 알아보는 것이 자아 발달의 중요한 단계라 하는데 대면 접촉과 비대면 접속의 효과가 동일할지 궁금하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정보화,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비대면 접속, 플랫폼 연계가 일상의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조만간 후각과 촉각도 디지털화할지 모른다. 디지털 감각, 감각의 디지털화 – 그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오늘의 화두

회복력

새벽에 눈이 떠졌다. 불현 듯 회복이란 단어가 떠올라 일어나 책장에 꽃혀있던 [회복력] 책을 집어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는 위기의 시대에 회복력은 비전이 된다고 보고 성장지상주의에서 회복력 지상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에게도 몸과 마음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저자가 회복력의 핵심원리라고 든 7가지 요소를 곰곰이 살펴보았다. 다양성, 모듈화, 사회적 자본, 혁신, 중첩성, 피드백 루프, 생태계 서비스가 그것이다. 그리고 네가지 추진전략을 강조한다. 그것은 공유재의 확보, 민주주의 재창출, 사회연대경제의 구축, 그리고 인류와 지구적 문제에 대한 가치측정이다. 그리고 사회-생태-경제적 변화를 위해 필요한 네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첫째는 지구와 그 하위체계인 지역을 보는 방식을 바꿀 것 둘째는 상호 간 및 지구와의 관계에 대한 균형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경로를 찾을 것 셋째는 스스로 학습하고 확장시키는 우리의 지식을 널리 공유할 것 마지막으로 기존의 자만하는 태도를 근절시킬 경로를 확보할 것.

오늘의 화두

책을 버리며

묵은 짐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책장의 책들 가운데 앞으로 읽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부터 모아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헌책방에 넘겼다. 어떤 책들은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책을 구하느라 애쓰던 기억, 한 때 그 내용을 보며 흥분했던 과거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낡은 책을 버리는 일은 옛 경험, 손때들을 정리하는 것이고 내 망설임도 책 자체의 효용성보다 그런 추억과의 결별이 힘든 탓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적절한 망각과 결별도 소중하다. 모든 추억을 껴안고 사는 방식은 퇴행으로 이어지거나 자기만족에 갇힐 우려가 크다. 과감히 추억들이 뭍어 있는 책들을 정리하면서 내 마음도 새롭게 재구성되길 빌어본다. 그리 쉽게 될 일은 아닐 듯 싶어 걱정도 없진 않지만….

오늘의 화두

신축년 코비드 2년

새 해가 밝았다. 소의 덕목들을 이용한 인사들이 오간다.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시대를 나누는 것은 인류의 흥미로운 발명품이다. 2021년이란 숫자를 쓰거나 신축년이란 간지를 사용하거나 그 정신은 같을 터여서 지금도 우리의 일상은 이런 시간감각에 지배당한다. 코로나 19의 충격이 워낙 커서 코비드 발생을 전후하여 BC와 AC를 새롭게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를 ‘코비드 2년’이라 지칭하면 인류가 공통의 운명체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데는 꽤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전세계가 갈라져 남 탓하기 바쁜 오늘을 생각하면  코비드 연호에 담기는 문명적 의미를 적극 활용함직 하다. 코로나 19의 충격이 인류를 하나로 묶을 것인가 아니면 국가와 민족들 사이를 더 갈라놓을 것인가….

오늘의 화두

포스트휴먼

대우학술재단 4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의 주제가 ‘인간 새로운 지평’이었다. 인간이 스스로를 탐구한 역사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새삼스레 ‘새로운 지평’을 묻게 만든 것은 21세기의 여러 변수들 때문이리라. 기조발제를 부탁받은 후 줄곧 내 생각을 계속 머물게 한 어휘가 포스트휴먼이다. 포스트휴먼이란 글자 그대로 ‘휴먼 이후’ 또는 ‘휴먼 너머’와 같은 함의를 내포한다. 인간의 존재양식 그 자체를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깊이와 울림이 크다.

시공간 여행

집안 장군총

중국 집안 – 고구려의 유적들이 널려 있는 곳이지만 좀처럼 가볼 기회가 닿지 않던 곳이다. 티벳을 가려던 여정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그 대체지로 가게 된 것인데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가는 길은 따분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고구려 고분을 들러보고 습기로 훼손되고 있는 벽화의 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다행스럽다. 광개토대왕비도 가까이서 둘러볼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지금은 그것조차 쉽지 않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지막 기회를 잡았던 것인가 싶다. 장군총을 오르며 역사의 무게, 영웅의 죽음, 민족의 성쇄와 문명의 경계를 생각하다.  

시공간 여행

려순감옥

여순, 뤼순이라고도 하는 곳은 동북아 근대사의 요충지였고 20세기 한국사와도 연관이 깊다. 러시아의 영향 하에 개발된 곳이면서 러일전쟁으로 승리한 일본이 할양받았다가 3국간섭으로 내놓은 곳이다.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사 안중근이 투옥,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곳이다.  신채호를 비롯한 적지 않은 한국의 독립지사들이 옥고를 치루고 심지어 옥사한 가슴 아픈 역사가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사학회의 학술회의를 마치고 현지 교수의 도움으로 이곳을 방문, 곳곳을 둘러보면서 동북아 지정학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생각했다. 이곳이 유럽 지중해의 도시처럼 중국과 조선, 러시아와 일본을 잇고 서로의 문물이 섞이며 신뢰와 호혜의 도시를 건설할 가능성이 없진 않았을 터… 그 길이 막힌 연유가 어디에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동북아의 초국가적 도시형성의 미래를 꿈꿔본다.  

시공간 여행

압록강 철교의 일출

중국과 북한을 잇는 도시 단둥의 정경은 특이하다. 압록강을 경계로 대비되는 양 지역의 변화상은 개혁개방으로 대국굴기를 이루어가는 중국과 자력갱생을 부르짖는 위기의 북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는 두 개의 철교가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존재하던 압록강철교는 한국전쟁때 파괴되어 중간이 끊긴 모습 그대이고 그 옆에 새로이 세워진 철교 위로 열차와 화물차들이 오간다. 이 두 철교는 한반도 근현대의 안타까운 역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역사의 조형물인 셈이다.  

시공간 여행

하바드옌칭연구소

하바드 옌칭연구소는 내 삶의 여정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Visiting Fellow 로 1년 반을 지냈던 1989-1990년, 이곳에서 조선과 일본의 근대국가형성을 비교한 박사논문을 마무리했고 아들 종인이도 여기서 태어났다. 이 시기는 탈냉전과 천안문 사건, 베를린 장벽붕괴와 독일통일 등 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잇던 때였고 민족사에 갇혀있던 내가 세계사의 감각에 눈을 뜬 곳도 이곳이었다. 둘째 윤영이가 하버드로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케임브리지에 정착하게 된 것, 2019년 다시 이곳을 방문해서 마지막 연구학기를 보내게 된 것, 하버드옌칭한국학회의 회장을 맡게 된 것 등도 내 삶의 여정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것들이다. 내 삶의 종반전에는 어떤 오아시스를 만날 것인가 …  

시공간 여행

뫼들라로이트

베를린 대학 석좌교수인 박성조 교수의 안내로 통일독일의 현장을 둘러보던 여행길에 들린  마을. 이 작은 마을은 분단으로 동네 한 가운데에 장벽이 생기고 감시탑이 높이 세워져 작은 베를린이라고 불린 곳이다. 지금은 그 장벽의 일부와 철조망, 감시탑 등이 모두 관광의 대상이 되고 있고 그 터무니없던 역사는 기록관에서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었다. 장벽이 서 있던 곳에 작업용 포크레인이 그려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construction 은 물리적 건설을 뜻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 새로운 관계, 새로운 기억의 구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런 문화적 포크레인이 한반도의 휴전선 지대에 세워질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