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시공간 여행

울릉도 2, 컨텐츠의 시간성

울릉도에는 여러 기념관과 전시관이 있다. 방문자들로 하여금 독도가 한국령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교육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울릉도와 독도의 한반도 귀속을 보여주는 과거의 문서와 지도들이 전시되어 있는가 하면 이곳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살았던 사람들의 행적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수토사와 같이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관리의 문서와 활동도 있고 홍순칠 등 독도의용수비대와 같이 민간인의 활동이 중심이 된 전시도 있다. 시마네현 고시를 시작으로 일본이 독도를 침탈한 과정도 소개되어 있는가 하면 해방후 미군정이 독도의 한국령임을 명확히 확인해준 SCAPIN 자료 등도 전시되고 있다.

뜻밖에 방문하게 된 박정희 기념관은 또다른 공간이었다. 1962년 울릉도를 방문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회의 의장이 묵었던 일본식 관사를 개조하여 제3공화국 시기 개발정책과 성과들을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박정희 정부는 소위 국적있는 교육을 내세워 국가주의 역사관을 강조했는데 그 맥락에서 안용복 기념비를 세우고 독도의용수비대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독도상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다. 이 기념관은 박정희 정부 시기에 진행된 개발과 동원, 상징정치의 여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전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1960년대와 70년대의 기억을 재생하고 있다.

21세기 울릉도의 변화는 심대하다. 관광객은 늘어나지만 2만명에 달하던 주민 숫자는 8,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어업이 주를 이루던 경제활동 양상도 관광서비스업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고즈넉하던 항구와 마을은 관광버스와 렌트카로 혼잡하다. 이미 생태환경의 파괴가 적지 않이 진행되었는데 장차 공항이 들어서면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조인된 신한일어업협정이 울릉도와 오키도를 기점으로 중간공동수역을 결정한 것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이곳의 어업활동이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했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최근의 생활상, 진행되는 문화사를 보여주는 전시관도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도영유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나날이 바뀌는 현실과 궁금해하는 내용의 다양성을 반영할 컨텐츠 보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세대감각이 다르고 우리 사회의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과거와 현재, 육지와 바다, 정치와 경제, 문화와 생태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내용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은 단순한 전시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일대 혁신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이긴 하다. 任重道遠, 임무는 중한데 갈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