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애플 감각

아들로부터 아이폰과 애플 워치를 선물받았다. 서울에 있는 아들, 미국과 대전에 있는 딸네가 모두 아이폰을 쓰는 관계로 이전부터 같이 연계되면 편리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갤럭시폰에 익숙해 있는데다가 굳이 교체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해 몇 년간 그냥 지내왔다. 내가 쓰고 있는 폰이 5년 가까이 되어 새 것을 구해야 할 즈음임을 알고, 아이들이 새해 선물을 이것으로 하자고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번엔 기쁜 마음으로 그러자고 했고 아들과 애플 매장을 들러 원하는 모델을 골랐다.

처음에 손에 잘 잡히는 다소 작은 사양을 선택했다가 아무래도 화면이 작은 듯 해서 교환 가능 기간이 지나기 전에 좀더 큰 모델로 바꿨다. 그 덕분에 하얀색 포장박스를 뜯는 소위 언박싱을 두어 차례 해보는 경험도 했다. 이전에 쓰던 폰의 앱과 데이터를 옮기면서 매장에 와 있는 젊은 세대들과 같은 테크놀로지, 같은 문화를 교감한다는 근거없는 즐거운 감정도 잠시 느꼈다. 한동안 손목시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애플워치는 가볍고 각종 메시지 확인과 전화 수신도 가능해 의외로 편리하다. 수면상황을 체크하기도 하고 내 운동상태를 실시간 알려주기도 해서 인공지능이 보다 본격적으로 연결되면 글자 그대로 유능한 개인 비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핸드폰이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나도 오랫동안 사용해온 터라 폰을 바꾸는 것이 그다지 새로울 일이 아닌데 의외로 기분이 좋다. 아이들로부터 받는 선물이라는 것이 그 첫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랑을 주던 입장에서 장성한 자녀들의 정성을 받는 위치에 놓인 부모의 뿌듯한 감각이라 할 수도 있겠다. 데이터나 사진의 공유가 보다 손쉬워지고 가족간 함께 할 엡들도 있다고 하니 기계의 도움으로 가족의 친밀감이 더 높아질 것을 기대해본다.

요즘 반려동물이 가족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애플 같은 기기가 그런 매개고리가 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그만큼 인간사회를 구성하고 이어주는 매개역할로 동물과 기계의 비중이 커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핸드폰을 통해 연결되는 정보와 사람의 네트워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데 독특한 디자인과 문화적 감수성이 동반되는 아이폰 세계가 주는 감각의 힘을 가만히 지켜보며 음미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