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COVID 백신과 디지털 거버넌스

코로나 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마쳤다. 온 세계가 힘을 모으고 국가역량이 총동원되다시피 한 탓이겠지만 예약부터 접종 후 안내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거버넌스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인터넷 예약에서 질본의 실시간 안내, 접종 의료기관의 역할과 곧 이은 확인 증명서 발송 등 전 과정이 가히 일사분란하다 할만치 체계적이었다. 이 놀라운 효율적 동원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도 많겠고 감시 시스템의 심화를 염려하는 사람도 제법 있을 법하다.

어쨋든 백신 접종은 감염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개인에게도 절실한 일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경제회복과 정치적 리더십에도 결정적인 변수다. 그런가 하면 전인류가 함께 극복해야 할 문명적 사안이기도 하다. 오늘 접종을 받은 일은 나의 개인적 안전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국격, 인류공동체의 숙제와 과학기술문명의 자부심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명사적 사건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국가, 인류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중첩되는 한편으로 그 불일치와 간극에서 비롯되는 긴장을 감당하는 일이 앞으로의 큰 과제일 듯하다. 통계적으로 ‘증명’하는 총체적 성과가 뚜렷하더라도 0.1 퍼센트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통계적 증명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한다고 볼 때 통계의 확실성과 실존적 불확실성을 연결할 지점이 어디일지는 여전한 숙제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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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여와 동파

검여 유희강은 평생 소동파와 김정희를 존경하여 글씨를 연마한 예인이다. 병으로 오른 팔이 부자유하게 된 이후에도 왼손을 연마하여 좌수서로 새 장을 열기까지 한 의지의 인물이기도 하다. 검여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서 소동파의 진적, “백수산 불적사 유기” 거 전시되고 있다는 것을 친구 이주현 교수가 알려주었다. 검색해보니 한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한 바 있고 초기 5일 이후로는 진적이 아닌 복제본이 전시된다고 했다. 이 작품이 명말청초 어느 시기에 모사된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란도 있음을 알있다.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화로 예약을 했다. 찾아간 박물관은 코로나 때문인지 접근이 어려웠고 담당자가 직접 문을 열어주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덕택에 아무도 없이 혼자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동파의 작품은 한 점에 불과한 데다 그 가치에 대한 논란이 의식되어서인지 새로움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였다. 다만 검여 유희강의 글들, 특히 관서악부의 대작을 비롯하여 좌수서 이전의 작품들은 이전에 도록으로 볼 때와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박물관 입구에 걸린 “恨古人不見我” 란 글 속에 담긴 검여의 대단한 자부심이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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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살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마감하고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 후 땅 위에 산다는 느낌이 새삼 와 닿는다. 넓지는 않으나 정원이 있고 소나무와 대추나무, 살구나무와 매화나무가 줄장미와 함께 자라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 밖을 나서도 동네 한바퀴를 돌아도 흙과 땅이 보이는 환경 그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아파트 생활이 무려 40년이었으니 그간 땅은 여행할 때만 밟는 곳처럼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공중에 떠서 살다가 땅 위에 내려와 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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須讀五車書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3층 로비에 ‘수독오거서’라는 글씨 액자를 걸었다. 김명환 관장의 부탁으로 두보의 시구 중 한 부분을 쓴 것인데 학생들이 더 많은 책과 가까이 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다. 한자와 친숙하지 않은 지금의 학생들을 감안하여 아래에 한글로 그 뜻과 함께 중앙도서관이 지혜로운 인재의 산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재직한 모교의 중앙도서관에 정성을 담은 글을 기증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 그것이 학생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쁘고 보람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