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감미로운 선율로 일찍이 친숙해진 노래다. 하지만 정작 알함브라 궁전을 가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다. 그럴 기회가 내게 올 리 없으리라는 지레 짐작이 이유였을지 모른다. 스페인의 중부도시 그라나다에서 회의가 있는 절호의 기회, 한 여행단에 섞여 안달루시아 지방을 둘러보았다. 이슬람 문명의 아름다움과 건축미가 온축되어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섬세한 배치, 선, 대칭, 구도에 놀랐던 감동이 새롭다. 기독교 국가의 문화 속에 이슬람 문명의 예술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모습은 21세기 인류가 본받아야 할 어떤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날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내 마음 속에 선율없는 노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