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여행

명사산의 선

어릴 적부터 사막을 가보고 싶었다. 고운 모래만 한없이 펼쳐진 땅, 바람이 만들고 부수는 기이한 선, 그 속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낙타행렬 등이 마음 속 사막의 이미지였다. 쓸모없는 땅을 뜻하는 황무지와는 달리 사막은 신비감과 장엄함의 아우라를 지닌, 살아있는 공간이다.  청마 유치환의 ‘그곳은 熱沙의 끝’ 이란 시구를 접했을 때 장엄한 불모성을 떠올렸던 것도 그런 감각의 연장이었을 것이다. 돈황을 가면서 들렀던 명사산은 글자 그대로 모래가 만든 산인데 그 아름다운 선은 바람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내 삶이 특별한 소출을 남기지 못해도 황무지의 삭막함이 아닌, 사막의 신비함으로 장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