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짐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책장의 책들 가운데 앞으로 읽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부터 모아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헌책방에 넘겼다. 어떤 책들은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책을 구하느라 애쓰던 기억, 한 때 그 내용을 보며 흥분했던 과거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낡은 책을 버리는 일은 옛 경험, 손때들을 정리하는 것이고 내 망설임도 책 자체의 효용성보다 그런 추억과의 결별이 힘든 탓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적절한 망각과 결별도 소중하다. 모든 추억을 껴안고 사는 방식은 퇴행으로 이어지거나 자기만족에 갇힐 우려가 크다. 과감히 추억들이 뭍어 있는 책들을 정리하면서 내 마음도 새롭게 재구성되길 빌어본다. 그리 쉽게 될 일은 아닐 듯 싶어 걱정도 없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