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올림픽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강인한 육체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려는 이 제전은 오늘날 전지구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발전하고 있다. 얼마전 끝난 올림픽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월드컵, NBA, 각종 스포츠 경기의 배후에도 그리스의 유산이 어른거린다. 물론 돈과 명예, 경쟁과 좌절이 너무 크게 결합된 프로 스포츠의 경우 그리스에서의 정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테네에서 나는 사라진 고대문명의 정신적 자취를 찾아보려 애썼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르스토텔레스의 철학자들과 아고라에서 공화정을 이끌던 자유 시민들의 숨결을 만나보고 싶었다. 파르테논과 로만 아고라 광장을 둘러보면서 그런 모습을 느껴본 듯 하지만 엄밀하게는 내 상상의 소산일 뿐이다. 실제 아테네의 현장에는 말없는 고고학적 유물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고고학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나는 그리스인들이 강조했던 또다른 모습에 주목했다. 육체의 강인함을 통해 용맹과 용기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음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특히 올림픽의 배경이 되었을 남성적인 힘, 불굴의 투지를 상징하는 근육질의 육체성을 작품 속에서 만났다. 오늘날 ‘남성성’은 종종 페미니즘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지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여성성과 꼭같이 남성성도 하나님이 주신 품성으로서 그것은 아름답게 구현되고 다듬어가야 할 자질이다. 그 모습의 한 부분을 스케치로 옮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