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교수인 나희덕 님이 근작 시집을 보내주셨다. 표지 디자인도 색감도 깔끔한 책으로 새해를 신선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초기시집부터 아름다운 문체와 단정한 글씨가 산뜻한 이미지로 남아있고 최근 그림솜씨도 참으로 인상적임을 알게 되어 더욱 친근감을 느끼는 분이다.
처음 시집 제목을 기능주의자로 읽었다. 사회학자에게 친숙한 기능주의란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일단 제목을 오독하고 나니 모두가 기계 같은 기능주의자가 되어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시인의 마음이 담겼으리란 선입견도 잠시 들었다. 표제작인 ‘가능주의자’를 읽고서야 비로소 내 잘못을 깨달았다. 기능주의자와 가능주의자 사이의 거리란 얼마나 먼가!
가능주의자가 되리라 마음 먹는다고 그리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잘 아는 시인이 굳이 이런 선언을 하는 것은 실상 불가능의 영역이 너무 압도적이라는 답답함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그래서 고슴도치에도/ 여우에도 속할 수 없었지만/ 작가란 성자도 역사가도 될 수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것으로 톨스토이도 변호하고 스스로도 변호하려 한다. 역설과 모순을 직면하고 견뎌내는 애씀에서 불가능의 가능성이 시작되는 것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