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시공간 여행

곁에 온 100세 시대

장인어른께서 올해 100세가 되셨다. 물론 전통적으로 세는 우리 나이여서 만으로 치자면 조금 더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100세 느낌은 지금 더 나는 것 같다. 신문 지상에서 또는 남의 이야기로 간간히 100세란 말을 듣곤 했지만 가까운 집안 어른이 100세를 맞이하니 그 실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마침 5월 초에 부산에 일정이 생겼는데 어버이날도 앞둔 시기라 장인 어른을 모시고 식사를 함께 했다. 모시고 나온 손윗 처남이 70을 훌쩍 넘기셨으니 두 분을 부자지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느낌이었다. 다행히 장인 어른께서는 기억력이 많이 퇴색되었을 뿐 여전히 꼿꼿하시고 스스로 걸으실 뿐 아니라 식사도 혼자 큰 어려움 없이 하셨다. 간간히 약간의 농담 섞인 대화에도 큰 어려움 없이 대꾸하실 정도로 객관적 연세에 비해 정정하셨다.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7순 아들의 효성이 그 일차적인 힘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더하여 노인학교를 오갈 수 있는 여건, 이런 노인들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복지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덕분임도 분명하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 이런 노인복지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남의 나라 부러워한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한국이 그런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다만 이런 현상을 보노라면 세계최고의 저출산율을 보이는 또다른 한 측면을 떠올리게 된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감당해갈 수 있을까? 노인복지와 저출산율의 두 이미지가 빚어내는 어긋난 영상이 앞날에 대한 우리 생각을 어지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