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간간히 들리던 화산의 작은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당시 거주하던 전주에서 고향 안의를 방문할 때면 으례 진안, 장계를 거쳐 육십령 고개를 넘었다. 돌아오면서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내려오면 허름하지만 정겨운 순두부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서울로 직장을 옮긴 이후 한번도 가 보지 못했는데 모처럼 기회를 만든 것이다.
가는 길이 고속화되고 새로 지은 큰 식당과 엄청난 넓이의 대형 주차장으로 여기가 내가 찾던 곳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낡은 마당이 있던 기와집, 좁은 방들로 이어지던 식당, 두부를 만들고 오가는 손길들을 바라보던 풍경은 머리 속에만 남아있는 기억이었다. 주변은 예나 크게 달라진 바 없는데 식당만 대형화한 변화가 낯설게 다가왔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음식 배달 로봇의 등장이었다. 주문한 도토리묵을 얹은 자그만 로봇이 테이블 옆에와서 파란 표지등을 깜박였다. 옆에 있던 손님이 음식을 꺼내고 ‘가라’고 말하라 가르쳐준다. 수고했다 가라고 하니 꾸벅 뒤돌아 종종걸음으로 주방을 향한다. 시골 한적한 음식점에 찾아와 글로만 접하던 변화의 한 단면을 실감있게 확인한다. 30여년의 시간이 빚어낸 다이나믹 코리아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