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여 유희강은 평생 소동파와 김정희를 존경하여 글씨를 연마한 예인이다. 병으로 오른 팔이 부자유하게 된 이후에도 왼손을 연마하여 좌수서로 새 장을 열기까지 한 의지의 인물이기도 하다. 검여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서 소동파의 진적, “백수산 불적사 유기” 거 전시되고 있다는 것을 친구 이주현 교수가 알려주었다. 검색해보니 한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한 바 있고 초기 5일 이후로는 진적이 아닌 복제본이 전시된다고 했다. 이 작품이 명말청초 어느 시기에 모사된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란도 있음을 알있다.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화로 예약을 했다. 찾아간 박물관은 코로나 때문인지 접근이 어려웠고 담당자가 직접 문을 열어주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덕택에 아무도 없이 혼자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동파의 작품은 한 점에 불과한 데다 그 가치에 대한 논란이 의식되어서인지 새로움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였다. 다만 검여 유희강의 글들, 특히 관서악부의 대작을 비롯하여 좌수서 이전의 작품들은 이전에 도록으로 볼 때와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박물관 입구에 걸린 “恨古人不見我” 란 글 속에 담긴 검여의 대단한 자부심이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