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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여와 동파

검여 유희강은 평생 소동파와 김정희를 존경하여 글씨를 연마한 예인이다. 병으로 오른 팔이 부자유하게 된 이후에도 왼손을 연마하여 좌수서로 새 장을 열기까지 한 의지의 인물이기도 하다. 검여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서 소동파의 진적, “백수산 불적사 유기” 거 전시되고 있다는 것을 친구 이주현 교수가 알려주었다. 검색해보니 한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한 바 있고 초기 5일 이후로는 진적이 아닌 복제본이 전시된다고 했다. 이 작품이 명말청초 어느 시기에 모사된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란도 있음을 알있다.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화로 예약을 했다. 찾아간 박물관은 코로나 때문인지 접근이 어려웠고 담당자가 직접 문을 열어주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덕택에 아무도 없이 혼자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동파의 작품은 한 점에 불과한 데다 그 가치에 대한 논란이 의식되어서인지 새로움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였다. 다만 검여 유희강의 글들, 특히 관서악부의 대작을 비롯하여 좌수서 이전의 작품들은 이전에 도록으로 볼 때와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박물관 입구에 걸린 “恨古人不見我” 란 글 속에 담긴 검여의 대단한 자부심이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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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활동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어 어제 (5.20) 8차 총회에 참석했다. 1945년 유앤 창설과 더불어 출범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유네스코는 교육 문화 분야의 국제협력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유엔의 역할이 매우 컸던 한국에서 유네스코의 활동은 초창기부터 괄목할만 했다. 한국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문화의 교류와 소통에 큰 몫을 담당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만 이해되는 오늘의 관심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2021년 국가간, 종족간, 인종간, 계층간, 종교간 갈등이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문화와 양식의 충돌도 적지 않고 코로나 19가 보여주듯 환경위험도 긴장을 더한다. 그럼에도 유네스코와 위상이 전만 못한 것은 다양한 국제기구들, NGO 들의 활동이 유네스코의 독자적 지위를 상대화시킨 탓도 있겠지만 평화라는 상위 목표, 본질적 가치에 대한 민감성이 약해진 탓도 없지 않을 듯하다.

이번에 살펴본 유네스코 헌장 전문에는 유엔 창설의 목적이었던 평화가 가장 앞에 언급되어 있다. 교육도 문화도 평화라는 가치의 실현으로 수렴되어야 할 20세기 숙제를 천명한 것이리라. 온라인으로 열린 어제 총회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국제협력과 다양성 교육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이런 일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한경구 사무총장의 식견과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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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과 전략-前派포럼

국가전략연구원이 주최한 ‘전파포럼’에 참석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을 고려하면서 국가전략의 향방을 탐색하자는 전문가 좌담회였다. 미중의 갈등이 격화하고 한일관계는 바닥이며 남북관계는 교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균형’이 얼마나 절실한지가 논점이었다. 참석자들은 균형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이분법이 전제되거나 기회주의적 절충을 포장하는 말로 쓰이지 않아야 함을 지적했다. 가치와 이익, 주권과 동맹은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추구해야 할 복합적인 목표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세션 좌장 역할을 요청받았을 때 구한말의 ‘조선책략’ 이 떠올랐다. 19세기 말 조선이 처한 상황과 오늘의 한국을 같이 볼 수는 없지만 격동하는 안팎의 변화, 특히 힘들어지는 국제관계를 직시하면서 큰 전략의 틀을 구축하는 일은 여전히 절실하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미래를 염려한다 의미로 ‘前派’라 명명했다는 설명처럼 참석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피력했고 토론은 흥미로웠다. 답답함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진지하고도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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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전 유투브 동영상

“학문의 인연 묵향에 담다”는 서예전 모습을 서울대 도서관에서 영상자료로 만들었다. 내가 이 전시를 기획한 의도, 작품 하나 하나를 만들 때의 생각과 느낌, 학생과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이 담겨 뜻깊은 자료가 되었다. 일회성으로 끝날 전시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주는 영상자료의 힘을 새삼 느낀다. 행사가 가능하도록 협력해준 서울대 박물관과 영상을 제작해준 도서관에게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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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평화라는 화두

생태평화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깊은 연구를 한 결과는 아니지만 정치군사적 차원에 머무는 평화연구가 새롭게 확장되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발표해 달라는 부탁에 응한 것이다. 수 년 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으로 ‘녹색평화’라는 화두로 평화와 생태의 결합을 강조했던 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과 그것이 가중시키는 삶의 고단함, 교착된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실로 이 화두는 중요하면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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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서예전을 열다-以文會友

첫 서예전을 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정년기념 행사처럼 되었지만 서울대 재직기간의 제자들, 후배들에게 감사와 당부의 뜻을 글씨로 전하려던 내 나름의 매듭짓기였다. 서예전 제목을 ‘以文會友’라 하고 ‘학문의 인연 묵향에 담다’ 를 부제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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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HK 연구사업단 심포지엄 기조발제 (3.4)

거의 1년 전에 제자인 박해남 교수로부터 부탁을 받았던 기조발제일이 불쑥 다가왔다. 동북아의 민족주의에 대한 종합 학술회의인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쟁점이고 지금도 살아 꿈틀대는 현실의 한 부분이다. 글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한 내 생각도 꽤 달라져왔음을 느낀다. 내가 달라진 것일까, 상황이 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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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 초빙석학교수 부임 (3.2)

광주과학기술원 (GIST) 기초교육학부의 초빙석학교수로 부임했다. 퇴임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큰 복이다. A동 515호, 새 연구실에 책을 정리하고 국제관 아파트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면서 군자삼락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될 앞날을 그려본다. 퇴임을 앞두고 간간히 느끼던 상실감의 염려를 깔끔히 내려놓아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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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년퇴임교수 대표인사 (2.25)

소규모이나마 정년퇴임식이 열렸다. 퇴임교수 일동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감사와 아쉬움, 부탁의 순서로 초안을 잡고 연구실을 비울 때의 감회로 마무리를 했다. “고금의 지혜와 제자들의 열정, 신선한 지혜들을 만나던 연구실을 떠난 후, 상실감도 없지 않지만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는 설렘도 있습니다. 집안청소와 설거지의 실력도 좀 더 늘고 미뤄둔 취미활동에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지요.”  이 대목에서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공감한다는 뜻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