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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한 만남-以文會友

이종민 교수가 편한 책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를 읽다가 이문회우란 말을 다시 떠올린다. 대면하여 만나지 않아도 글과 글로 서로가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 실린 일부 시인들은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글로만 사귄 사람들인데 친숙한 느낌이다.

최원식 교수가 쓴 머리글을 읽다가 내 이름을 발견하고 놀랐다. 이종민 교수와의 인연으로 나를 만났고 내가 정년을 맞아 제자들에게 글씨를 써준 서예전을 이 책의 출간과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고 적었다. 고맙기도 하고 세상 인연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첫 글을 쓴 김용택 시인의 소탈하고 맛갈스런 내용을 접하면서 섬진강 그 집에 들렀던 여름날 기억이 떠올랐다. 책의 기획과는 다르게 김용택 시인은 딸과의 문자대화를 주제로 한 최근작 시를 실었다. ‘안녕, 피츠버그, 그리고 책’이란 제목의 이 시의 일부분 ‘인생은 마치 시같아 난해한 것들이 정리되고 / 기껏 정리하고 나면 또 흐트러진다니까…’ – 그런 듯 싶다. 정리되고 흐트러지고 다시 정리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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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존의 사회학'(12.17-18)

한국사회학회 정기학술대회가 12월 17-18 양일간 개최되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모두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된 탓에 화상으로만 사람들을 만났다. 발제와 토론의 열기는 예년 오프라인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역시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오랫만의 근황을 주고받는 스킨십의 부재는 많이 아쉬웠다.

올해 정년을 한 연유때문인지, 사회학회 이사장이란 감투아닌 감투를 쓴 탓인지, 아니면 2년이 넘도록 진행되는 코로나 상황에서 힘겹게 열린 학회여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들었다. 저 발제와 토론의 열기 속에 새로운 연구자들의 오랜 땀과 노력이 담겨 있고 안정적인 교수직을 얻기 위한 애씀도 포함되어 있을터여서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소통과 공존을 위한 사회학’이다.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공존의 가치가 요구되는 시대이지만 그만큼 기대수준이나 요구조건도 많아져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다. 각자도생과 무한경쟁 논리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소통과 공존이 당위적인 주장을 넘어 실질적인 생활원리가 될 때가 언제 올 수 있을까 자문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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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30주년 심포(12.9)

통일연구원 설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해서 제2세션 좌장을 맡았다. 탈냉전의 물결이 밀려오던 1990년대 초,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가입하고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격동기에 미래지향적 통일한반도를 준비하기 위해 출범한 기관이다. 통일부와 마찬가지로 통일연구원이란 국책연구기관도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구다.

통일연구원 30년의 역사는 남북관계 30년의 흐름과 맞물리고 그것은 다시 탈냉전 30년의 동북아시아 지역사와 결부된다. 이 기간동안 냉전시대의 단절과 적대성을 벗어나 교류와 화해의 흐름이 시작되었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이 자리잡으면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현실이 출발시점의 상태로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이 불러왔던 감격과 기대는 이제 현저히 사그러들었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폭파되고 다시 신랄한 비난성명이 전해지면서 사회 전반의 낙담도 크다. 북한의 군사주의를 비난하고 비핵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핵보유국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주권적 행위임을 강변하는 북한의 주장 사이에서 묘책을 찾아나서기 쉽지 않다. 통일연구원의 할일이 많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앞날도 순탄해보이지는 않을 것이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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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섬의 사회사 (12.3.)

한국사회사학회 주관의 학술대회 ‘바다와 섬의 사회사’가 12월 4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개최되었다. 10여년전 제주에서 같은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이 기간동안 내 개인의 변화, 사회사학회의 변모, 한국사회 관심영역의 이동 등을 생각하는 행사가 되었다. 정년을 맞이한 조성윤 교수와 정년 후 베트남에서 연구하고 계신 전경수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한 것이 반가왔다.

사회사학회 초창기에 가졌던 문제의식이 한국과 국가 중심이었던 것에 비해 세계로 사회로 일상으로 또 변방으로 관심의 대상이 확장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야가 넓어진 만큼 다루어야 할 주제도 많아지고 다양해진 것도 사실인데 연구자의 숫자나 연구인프라가 그에 걸맞게 늘어난 것 같진 않다. 전보다 더 작은 연구자들도 더 넓은 영역을 탐사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 같아 후배들을 보는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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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묵회 2021년 전시(11.8.-12)

서울대 교직원 서예모임인 화묵회 2021년 전시가 11월 8일부터 문화관에서 개최되었다. 원래 지난 9월에 예정되었던 전시인데 코로나로 인해 계속 연기되다가 어렵사리 개최될 수 있었다. 나는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고 작품 한점만 출품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생활을 견뎌내면서 김사인의 시 한편을 옮겨적었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낙엽 하나의 움직임도 고마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일러주는 시인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 이 시대를 견뎌내는 지혜일 것 같았다. 그 마음을 담아 쓴 것이지만 친구 김사인의 정년을 축하하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저런 검사의 마음을 앞으로도 읺지 않고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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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대 국제학술회의 발제(11.25.)

신한대 탈경게문명연구원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가 11월 27일 일산에서 개최되었다. 최완규 원장께서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론을 이 심포지엄을 통해 보다 구체화하고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려는 의지가 뚜렷하게 부각된 행사였다. 협치와 공동지배영역이라는 새로운 발상, 대응방안이 신선한 이 행사에서 나는 제1세션의 한 발제자로 참여했다.

내게 주어진 주제가 ‘진보정권 시대의 헤게모니 문제와 도전’이었다. 시기도 광범위하지만 쟁점 역시 복합적인 것이어서 초점을 어디에 맞추어야할지 나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롤러코스트 같은 변화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성찰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글을 준비 했다.

문제의식은 뜨겁고 발제자들의 열정도 대단한데 세상은 요지경처럼 끄떡하지 않는 느낌이 간간히 들었다. 국회의 무관심을 탓하기도 하고 승자독식의 권력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국은 ‘정치’이고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 같은데 그 방향이 어디일까? 질문은 계속되는데 나름의 해법이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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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통일의 밤 강연(11.22.)

11월 22일 저녁 제7회 세브란스 통일의 밤 행사가 있었다. 나는 영상으로 기조강연 부탁을 받아 ‘디지털 팬데믹 시대 통일과 평화의 자리는?’아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가 주된 청중일 듯 싶었고 오늘의 상황과의 연결성을 생각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남북관계가 교착되어 있는 탓도 있겠지만 주택가격, 취업난, 양극화 등으로 인해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관심사가 적지 않게 달라진 것을 곳곳에서 느낀다. 각자도생의 절박함에 팬데믹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큰 흐름에 관심을 갖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요늘의 현실이다.

그런 속에서도 통일과 평화라는 쟁점은 우리의 삶과 매우 깊이 연결되는 ‘hidden dimension’ 이라는 것이 강연의 주요 메지시였다. 얼마나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또 어느 정도 그들의 마음에 가 닿았을지 모르겠다. 2022년에는 좀더 새로운 기대가 차오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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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규장각 국제심포 기조강연

서울대 규장각에서 매년 개최하는 한국학 국제학술회의가 11월 4-5일에 개최되었다. 첫날 “디지털 시대의 한국학 – 개념사의 성취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새로운 연구발표는 아니지만, 디지털과 세계화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학’이란 학문의 정체성과 위상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을 담았다.

주최측에서는 일찌기 결정을 했다는데 정작 나에게는 보름 전에야 연락이 되어 급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다학제적이면서 글로벌하고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주제를 드러낸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그래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더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90년대 초반에 세계한국학대회의 하나인 PACKS 일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탈냉전과 세계화의 격동기에 국제적인 학술장에 ‘한국’과 ‘한국적’인 것을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었는데 여러 한계들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드느라 애쓴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도 성장했고 어느듯 기조강연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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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월봉상 시상식(11.4.)

제46회 월봉상 시상식이 11월 4일 개최되었고 [김육평전]이라는 묵직한 책을 상재한 고려대학교 이헌창 교수가 영예의 상을 받았다. 나는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심사평을 겸한 서폄을 발표했다. 소소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주제의 묵직함과 연구자의 긴 호흡, 성실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좋은 저작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헌창 교수와는 오랜 지기이고 간간히 자료와 관련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근년에는 잘 보지 못했다. 천생이 학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인데 정년까지 그 모습이 한결같다. 오랫만에 서울대 경제학부 안병직 명예교수님도 뵐 수 있었다.

연세대 이철우 교수가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되었다. 조선조 이래의 학맥과 일제하 독립운동의 인연, 해방후의 지적 교류 등으로 끈끈히 맺어진 두 집안의 인연이 그 배후에 있음을 들으면서 참 흔치 않은 사례란 생각을 했다. 좋은 선조와 뛰어난 후손이 함께 하기도 쉽지 않으려니와 적절한 사회적 지위와 더불어 품격있는 삭식과 안목을 겸한 활동이 지속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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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연대” 집필

UNESCO Korea 의 Issue Brief 6호로 “디지털-팬데믹 디지털 시대 지적 도덕적 연대의 의미”를 출간했다. 보고서 간행에 앞서 11월 1일에 초고발표회를 통해 유네스코가 초기부터 강조한 ‘지적 도덕적 연대’라는 가치가 21세기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구축될 수 있을지를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한 바 있다. 내 발제에 대해 한경구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고 이재열 서울대 교수와 한건수 강원대 교수가 좋은 토론을 해 주었다.

‘전쟁이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귀절은 지금도 평화를 논의하는 많은 곳에서 회자되는 정신이다. 하지만 현실은 국가주의, 민족주의, 문화의 장벽 등으로 인해 그런 지구적 연대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팬데믹이 그 우려를 더하는 중이고 개인들에게는 각자도생의 절박함이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나는 이 글에서 디지털화와 팬데믹의 중첩이 생각보다 훨씬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고 그 결과는 양면적이며 모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류적 대응과 지적도덕적 연대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 도래하는 한편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이런 정신을 실현하고 결집시키기 어려운 환경도 심화될 것이다. 그 격랑을 헤치고 항해해야 하는 인생과 시대가 바아흐로 다가오고 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뒤르켐이 종교 이후의 종교성을 평생의 학문적 문제의식으로 삼았던 것을 생각했다. 지식은 전문화하고 도덕도 상대화하여 인류적 차원의 연대라는 주장이 철지난 당위론처럼 간주되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더욱 그 필요가 절실해지는 고급한 지적도덕적 연대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당분간의 개인적 숙제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