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혜 교수의 공연 ‘춤꿈’을 관람했다. 춤을 취미로 해온지 안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정작 본격적인 무대공연을 지켜본 것은 처음이었다. 작년에 재일한국인들의 문화 속에 춤이 어떻게 전승되고 그것이 그들의 정체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다룬 두툼한 연구서를 받았을 때 그 열정의 깊이를 새삼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공연에서 받은 울림은 또다른 것이었다. 한교수와 함께 출현한 사람들이 대부분 취미로 춤을 익혀온 분들이라 하니 놀라왔다.
춤의 기본도 알지 못하는 나로서 어떤 평가를 할 처지가 못되지만, 강한 움직임과 고요한 정지동작이 이어지는 춤사위가 글씨의 붓놀림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가 하면 강하게 꺾이기도 하고 큰 동작과 섬세한 움직임이 어울려 한 매듭을 짓는다. 빠른 속도감에 이어 미세한 움직임이 뒤따르는 것도 글씨의 운필과 상통하는 느낌이었다. 나이 지긋한 남성출연자의 다소 어색한 몸놀림을 보면서 마음처럼 써지지 않는 글씨가 떠올라 혼자 웃기도 했다. 사실 약함 속에 강함이 있고 가득한 듯하면서 여백이 있는 것이 좋은 글씨인데 아마 춤꾼도 웬만한 훈련 없이는 섬세한 몸동작을 강한 춤사위와 접맥시키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정년을 하고, 심지어 정년에 앞서 퇴직을 하고 열정을 쏟을 대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늙는다는 것은 그런 열정이 사그라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요즈음 소란한 만남과 허세가 아닌, 내부의 기쁨과 행복을 길어올릴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절실한 과제가 된 듯 싶다. ‘춤꿈’이라는 표제가 남을 위한 공연이기 이전에 스스로의 꿈을 꾸는 자리를 만든다는 뜻을 담은 것일텐데 일생 힘을 쏟았던 영역에서 벗어나 제2의 꿈들을 찾고 키워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한교수의 건강한 열정이 지속되기를 성원하며 돌아온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