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서의 전시가 진행되는 중 뜻밖에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진주지역 문화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여대표는 감사하게도 내 전시를 진주에서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진주문고 40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여러 전시가 기획되고 있는 터라 그 일환으로 전시로 7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 진행되었다.
진주문고라는 큰 공간, 현대적 분위기의 전시실이 하동 빈산갤러리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고즈녁한 풍경이 없는 대신 서점과 연결되어 책을 보러오는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레 만나는 장점이 크다. 박경리 작가를 좋아하는 90대 어르신도 만나고 20대 청년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박경리 선생과 내 어머니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란 생각때문인지 특별한 친근함을 느꼈다. 진주여고(일신고녀)는 작년에 100주년을 맞았는데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의 하나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외우 이종민 교수와 김사인 시인이 우정출연해 주어 작가와의 대화가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이교수는 생각지도 않게 그동안 내가 간간히 쓰고 그린 작품들을 모아 ppt 로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면서 나를 ‘작가’ 처럼 대우해 주었다. 김사인 시인은 진솔하게 내 글씨 속에 담긴 정성을 읽어보라고 덧붙임으로써 내 격을 높였다. 박남준 시인, 한길사 김언호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고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진주와 마산의 누이 가족도 참석해 주어 감사했다. 다음날에는 정근식 교육감, 한경구 교수, 김시연 사장 등도 내려와 격려해 주었다. 마지막날엔 전 인제대 총장 성창모 박사가 힘든 발걸음을 해주었다.
온종일 진주문고를 중심으로 책과 사람과 문화의 연결이 신선하게 이루어지는걸 경이롭게 경험했다. 건강한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 단면을 본 느낌이다. 이 소중한 경험을 어떻게 기록해둘까 고민하던 중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의 글을 접했다. 과분한 평가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저런 정성과 노력이 진주문고 책방을 주목할만한 문화공간으로 만든 원동력이었으리라는 생각에 그의 글 일부를 옮긴다. 그 바램대로 간밤의 단비같은 시원함과 풍성함이 사회 곳곳에 가득하길 기원한다.
[박명규 서예전 2] – 진주문고 여태훈
하동 악양 빈산 갤러리에서 시작된 박명규 서예전이 진주에서 끝났다. 박경리 선생 탄생 100주년, 진주문고 창립 40주년 맞이 특별 기획이었다. 열흘간 전시된 작품은 수많은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고 비치된 방명록 3권이 모자라게 감상평을 남겼다.
전시 이튿날 대담이 백미였다. 이종민 교수의 박학다식과 순발력 있는 진행, 박명규 작가의 막힘없는 술술 답변, 두 분을 오가며 빠진 것은 채우고 모자란 것은 살을 붙여 완벽한 보충을 해주신 김사인 시인. 2시간을 넘겨도 자리를 꽉 채운 독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세분의 정담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와의 만남 다음 날(7.31)엔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권순기 경남 교육감도 오셨다. 덕분에 경남과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는 두 수장이 저희 서점에서 자리를 함께한 영광스러운 장면을 남기게 되었다. 두 분은 기꺼이 서점을 위한 응원과 모델을 자청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지필묵을 보고 연필보다 붓을 먼저 잡았다는 박명규 작가. 작품은 필법에 얽매이지 않았지만 단아하고 자유롭다. 칠순을 넘긴 노학자의 꼿꼿한 기상이 낡지 않았고, 오히려 현대적인데 캘리그라피와는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전시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을 사연과 사람은 남았다. 책과 사람이 만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40살 책의 집에 기분 좋은 빚과 빛이 쌓여만 간다. 모처럼 간밤부터 시작된 단비가 지리산 자락에 내린다. 사납지 않은 순한 비가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시고도 남아 섬진강을 채우고 남해로 잘 흘러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