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긴 시간을 달려 단동에 도착했다.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신의주 풍경의 변화가 우선 눈길을 끌었다. 고층건물이 꽤 들어섰고 붉고 둥근 랜드마크 건물이 또렷하다. 카지노장으로 알려져 있다는데 아직 개장은 안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위화도에는 최근에 완공된 깔끔한 고층건물들이 십수개 동 연이어 들어섰다. 자체적으로 역동적인 생활공간이 될 곳은 아닌 듯 하지만 북한 내부에도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현장으로 다가왔다.
단동시의 압록강변은 매우 활발하고 역동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신의주와의 연계와는 무관하게 중국측의 발전이 추동한 결과로 보인다. 중국인들의 국내관광이 활발해지면서 이곳도 주요한 대상지가 되고 있다는데 조선족이 주도하는 음식문화,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K-Culture, 변경지에서의 독특한 분위기 등이 여행을 자극하는 요인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압록강변 넓은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강 건너 북한은 그다지 관심거리가 아닌 듯 했다.
단동은 중국의 역사해석, 정치교육의 현장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두만강변에서도 그런 모습이 뚜렷했지만 6.25때 끊어진 압록강철교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 단동은 더욱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항미원조전쟁‘에 대한 설명과 사진자료들이 더 분명해졌고 이곳을 ‘항미원조전쟁출정지’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기념품점에도 ’항미원조‘를 테마로 한 물건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런 경향은 동북지방에서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경향이라 하겠다. 관광과 역사와 정치가 중화주의 세계관을 매개로 곳곳에서 정교하게 결합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압록강변의 백화점과 상점들은 불야성처럼 밝고 ’한조(韓朝)상점‘이란 상호도 눈에 띄었지만 남북한과 중국을 한데 잇는 변경도시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 모습이다. 십여년 전에 북한과 중국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거의 완공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대감을 가졌었다. 북중간 경제가 활발해지고 한국과의 관계도 강화될 것을 기대하여 인근지역에 부동산 개발붐이 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완공 이후 북한측 연결부분 공사미진으로 오랫동안 개통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니 아직은 정중동이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단동철교에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량이 줄을 이어 서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저 물동량의 변화가 얼마나 지속적일지, 인적 교류로 어느 정도 발전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겠다.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을 내세우고 러시아와의 관계가 현저히 가까워진 이후 북중간 협력이 어느 정도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향후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중국 관계의 중대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그럴수록 이 지역은 또다시 주목 받을 것이다. 때마침 북한에서 신압록대교 개통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뉴스도 접했고 북미대화의 가능성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반도가 어떻게 안정과 평화를 제도화하고 궁극적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배전의 지혜와 숙고가 필요한 때를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