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각종 기억들의 저장소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즐거운 과거와 아픈 기억이 뒤섞여 있다. 우리는 특정 기억들을 끄집어내거나 갈무리하면서 자신만의 시간 감각을 개별화한다. 아름다운 신록 속에서 4.3의 역사, 세월호의 아픔, 4.19의 기억을 함께 떠올려야 하는 4월은 잔인하다. 아픈 역사를 멋진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일컬어지는 베를린에서 기억의 사상자가 되지 않고 그 속에서 새 힘과 동력을 얻을 방법은 무엇일까를 자문했던 때를 떠올린다. 그 지혜를 배우고 내면화하는 것 – 개인에게나 집단에나 큰 숙제일 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