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기억의 연쇄

달력은 각종 기억들의 저장소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즐거운 과거와 아픈 기억이 뒤섞여 있다. 우리는 특정 기억들을 끄집어내거나 갈무리하면서 자신만의 시간 감각을 개별화한다. 아름다운 신록 속에서 4.3의 역사, 세월호의 아픔, 4.19의 기억을 함께 떠올려야 하는 4월은 잔인하다. 아픈 역사를 멋진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일컬어지는 베를린에서 기억의 사상자가 되지 않고 그 속에서 새 힘과 동력을 얻을 방법은 무엇일까를 자문했던 때를 떠올린다. 그 지혜를 배우고 내면화하는 것 – 개인에게나 집단에나 큰 숙제일 터다.

life · 오늘의 화두

아!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한 세한도를 접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관람객이 의외로 적어 오랜 시간 작품 앞에 혼자 머무르며 감상했다. 갈필로 정갈하게 그린 두 그루 소나무, 세한도라는 화제, 귀양살이하는 자신에게 변함없는 관심을 보여준 이상적에게 쓴 글 등이 모두 추사의 기품과 성정을 드러내기 족했다. 나로서는 이 작품을 돌려받으려 시간과 재산을 아끼지 않은 소전 손재형의 정성과 넓은 빈 칸을 남겨두고 자신의 글을 적은 위당 정인보의 겸손이 새삼 마음에 다가왔다. 작품 자체의 무게감과 깊은 울림을 절감한 귀한 기회였다.

오늘의 화두

아나로그 감성의 복귀?

우리시대 최고의 藝人이자 탁월한 작가이기도 한 가수 이적으로부터 자필 메시지가 담간 trace 음반을 선물 받았다. 카세트와 CD, streaming 음악으로 사라지는가 했던 LP 판을 다시 보니 옛 생각이 뭉클 난다. 재생할 방도가 없음을 알았는지 시인 사회학자 심보선 교수와 더불어 멋진 턴테이블과 블루투스 스피커도 보내왔다. 고마운 마음으로 오랫만에 아날로그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그 배후엔 여전히 디지털 기술이 자리하고 있지만 말이다.

오늘의 화두

글씨의 삼위일체

이번 서예전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것 하나 – 받을 사람, 글의 내용, 그리고 글씨 서체가 함께 어우러져야 만족스런 작품이 나온다는 것… 글 내용과 형식, 오가는 마음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야만 써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감동이 생기는 묘한 이치가 어디 서예에 한정된 것이랴…

오늘의 화두

연구실을 비우며

20여년 사용하던 연구실을 비웠다. 오랜 자료들, 손때 묻은 책자들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익숙했던 공간으로부터 작별하는 의식을 치뤘다. 7평 남짓 좁은 곳이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과거로 미래로 해외로 때론 우주로 상상의 여행을 즐겼다. 떠난 후의 상실감이 다소 염려가 되지만 새로운 플랫폼에서 더 좋은 만남과 자극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오늘의 화두

매암동인

제자들과 온라인으로 정년기념 모임을 가졌다. 약속했던 글씨를 놓고 이야기하는 형식을 빌었지만 오랜만에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온 학문과 인생을 논하는 즐거운 자리였다. 고풍스레 퇴계의 싯구를 빌어 ‘매암동인’이라고 이름 한 포스터까지 제작한 정성이 고맙고 오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말들에서 뭉클했다. 나 혼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아름다운 매화가 좋은 제자, 후배들과의 만남 속에서 꽃피운 것 같다.

오늘의 화두

이승윤이란 무명가수가 새로운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관심이 뜨겁다. 그가 결선에서 부른 이적의 물이란 노래가 마음에 남는다. 목마르다, 물 좀 주라, 내 머리를 적셔달라는 절규 l 같은 노랫말이 이 시대의 상황, 젊은 세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 같다. 이적의 또 다른 노랫말 나침반이 생각나기도 하고 예수의 일생을 떠올리게 하는 종교적 메시지와도 오버랩되었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 모든 계층, 모든 세대가 목말라하며 찾고 있는 물은 어디서 얻어질 것인가. 노자가 말한 물의 덕을 떠올린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아서 생명을 살리고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아래로 흐른다. 상선약수의 정신과 저 격렬한 뮤지션의 몸짓이 웬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화두

감각의 디지털화

미국에 있는 외손녀 이든이가 대전에 있는 외손자 재우를 영상으로 보면서 ‘오빠’ 하고 부르며 좋아한다. 영상을 통해 오빠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이 신통하다. 가까운 타자를 알아보는 것이 자아 발달의 중요한 단계라 하는데 대면 접촉과 비대면 접속의 효과가 동일할지 궁금하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정보화,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비대면 접속, 플랫폼 연계가 일상의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조만간 후각과 촉각도 디지털화할지 모른다. 디지털 감각, 감각의 디지털화 – 그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오늘의 화두

회복력

새벽에 눈이 떠졌다. 불현 듯 회복이란 단어가 떠올라 일어나 책장에 꽃혀있던 [회복력] 책을 집어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는 위기의 시대에 회복력은 비전이 된다고 보고 성장지상주의에서 회복력 지상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에게도 몸과 마음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저자가 회복력의 핵심원리라고 든 7가지 요소를 곰곰이 살펴보았다. 다양성, 모듈화, 사회적 자본, 혁신, 중첩성, 피드백 루프, 생태계 서비스가 그것이다. 그리고 네가지 추진전략을 강조한다. 그것은 공유재의 확보, 민주주의 재창출, 사회연대경제의 구축, 그리고 인류와 지구적 문제에 대한 가치측정이다. 그리고 사회-생태-경제적 변화를 위해 필요한 네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첫째는 지구와 그 하위체계인 지역을 보는 방식을 바꿀 것 둘째는 상호 간 및 지구와의 관계에 대한 균형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경로를 찾을 것 셋째는 스스로 학습하고 확장시키는 우리의 지식을 널리 공유할 것 마지막으로 기존의 자만하는 태도를 근절시킬 경로를 확보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