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두

책을 버리며

묵은 짐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책장의 책들 가운데 앞으로 읽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부터 모아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헌책방에 넘겼다. 어떤 책들은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책을 구하느라 애쓰던 기억, 한 때 그 내용을 보며 흥분했던 과거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낡은 책을 버리는 일은 옛 경험, 손때들을 정리하는 것이고 내 망설임도 책 자체의 효용성보다 그런 추억과의 결별이 힘든 탓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적절한 망각과 결별도 소중하다. 모든 추억을 껴안고 사는 방식은 퇴행으로 이어지거나 자기만족에 갇힐 우려가 크다. 과감히 추억들이 뭍어 있는 책들을 정리하면서 내 마음도 새롭게 재구성되길 빌어본다. 그리 쉽게 될 일은 아닐 듯 싶어 걱정도 없진 않지만….

오늘의 화두

신축년 코비드 2년

새 해가 밝았다. 소의 덕목들을 이용한 인사들이 오간다.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시대를 나누는 것은 인류의 흥미로운 발명품이다. 2021년이란 숫자를 쓰거나 신축년이란 간지를 사용하거나 그 정신은 같을 터여서 지금도 우리의 일상은 이런 시간감각에 지배당한다. 코로나 19의 충격이 워낙 커서 코비드 발생을 전후하여 BC와 AC를 새롭게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를 ‘코비드 2년’이라 지칭하면 인류가 공통의 운명체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데는 꽤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전세계가 갈라져 남 탓하기 바쁜 오늘을 생각하면  코비드 연호에 담기는 문명적 의미를 적극 활용함직 하다. 코로나 19의 충격이 인류를 하나로 묶을 것인가 아니면 국가와 민족들 사이를 더 갈라놓을 것인가….

오늘의 화두

포스트휴먼

대우학술재단 4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의 주제가 ‘인간 새로운 지평’이었다. 인간이 스스로를 탐구한 역사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새삼스레 ‘새로운 지평’을 묻게 만든 것은 21세기의 여러 변수들 때문이리라. 기조발제를 부탁받은 후 줄곧 내 생각을 계속 머물게 한 어휘가 포스트휴먼이다. 포스트휴먼이란 글자 그대로 ‘휴먼 이후’ 또는 ‘휴먼 너머’와 같은 함의를 내포한다. 인간의 존재양식 그 자체를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깊이와 울림이 크다.

오늘의 화두

讀書와 廳書

집콕의 시간이 계속되면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강제로 유폐된 느낌이어서 그런지 책에 집중할 마음의 평정심이 자주 깨진다. 잡생각이 많아지고 이런 저런 염려들이 마음을 뒤흔든다. 유발 하라리의 3부작 [호모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와 [21세를 위한 21가지 주제]를 e-book으로 읽다가 소리로 읽어주는 기능에 처음 접했다. 침대에 누워서 듣는 독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직은 기계음의 어색함이 이해를 방해하고 눈으로 읽는 것만큼 의미파악이 되는 것 같진 않았지만 청각으로 와 닿는 타인의 생각은 확실히 달랐다. 독서가 아니라 청서의 시대가 오는 것인가.  

오늘의 화두

거연재 (居然齋)

번잡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해 보려 마음먹은 지 몇 년이 지났다. 조용한 시골에 땅을 보러 다니기도 했고 어떤 집이 좋을지 다른 집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고 관련 프로그램들을 시청하기도 했다. 아직 그 꿈은 미완으로 남아있지만 가상의 공간에 새로운 집을 짓게 되니 마음이 즐겁다. 비대면의 기술환경이 강의나 회의, 거래와 소비에 한정될 이유는 없을 터, 웹사이트의 공간이 주는 새로운 방식이 21세기형 선비의 혁신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 제자들의 정성으로 터가 닦인 이 집을 ‘거연재’라 이름하면서 담담하면서도 역동적일 새 삶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