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이대원 작품전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관람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붐볐는데 알고보니 수요일은 모든 이에게 무료개방이란다. 단체관광객도, 외국인 방문자도 젊은 청년들도 노년의 신사들도 전시실을 가득 메웠다. 파란 하늘에 덕수궁 정원을 배경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가을 들판의 코스모스를 연상케 했다. 문화한국이란 말을 새삼 실감했다.
작품전은 풍성했고 아름다웠다. 과수원, 산, 나무, 정원, 풍경 등을 소재로 초기 작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전기간에 걸친 12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1921년에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고 일제 강점기에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2005년에 작고할 때까지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또 화랑대표로서 한국미술계 전반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화단의 신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라는 말을 듣는다 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에서 보듯 그의 그림에는 밝고 화사한 이미지가 뚜렷하다.
이대원의 작품은 모두 유화이고 서양화에 속하지만 소재나 구도에서 동양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느낀다. 한국의 전통 공예나 산수, 백자와 소반 등을 배치하고 낯익은 나무나 과실들을 즐겨 그렸다. 말년에 5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으로 농원 연작을 그렸는데 그 강렬한 색채와 밝은 분위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족하다. 그를 두고 ‘색채의 마법사’라는 별칭도 따라다녔다는데 과연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저토록 화려한 색채가 과하지 않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후반기의 작품에서 색의 화려함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그의 밝은 원색 기조는 일찍부터 두드러졌다. 정물이란 타이틀을 단 그림들은 이후의 작품에 비해 다양한 색채가 두드러지지만 핵심부분은 강렬한 원색이 사용되고 있다. 개다리 소반 위에 푸른 사과와 붉은 감이 또렷한 1955년 작품, 노란 국화가 화병에 꽃혀 있는 1956년 그림, 같은 해 붉은 감들이 백자 항아리에 담겨 있는 정물화는 모두 마티스나 세잔느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렬한 색감이 눈을 끈다. 1964년 작인 복숭아밭은 붉은 색으로 그림 전체를 채울 정도다. 모두 한국전쟁 직후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대에 그려진 것인데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작가의 천성적 낙천성도 한 요인일지 모르지만 그 시대를 애써 밝게 보려는 의지가 담겨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