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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작품전

10월 28일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이대원 작품전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관람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붐볐는데 알고보니 수요일은 모든 이에게 무료개방이란다.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도, 외국인 방문자들끼리의 외국어도 젊은 연인들의 속삭임도 한데 뒤섞여 즐거운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파란 하늘에 덕수궁 정원을 배경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옻차림이 가을 들판의 코스모스를 연상케 했다. 문화한국이란 말을 새삼 실감했다.

작품전은 풍성했고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과수원, 산, 나무, 정원, 풍경 등을 소재로 한,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전기간에 걸친 12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1921년에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2005년에 작고할 때까지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화랑대표로서, 또 문화외교활동가로 미술계 전반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화단의 신사’로 일컬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에서 보듯 그의 그림에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뚜렷하다.

이대원의 작품은 모두 유화이고 서양화에 속하지만 소재나 구도에서 동양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림 속에 한국의 전통 공예나 산수, 백자와 소반 등이 등장하고 나무나 풍경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일 터이다. 달빛을 비롯한 몇 작품은 전통 산수화라 해도 좋을 정도이고 애장하던 소정 변관식의 작품도 한 점 같이 걸려 있다. 말년에 5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으로 농원 연작을 그렸는데 그 강렬한 색채와는 별도로 어딘지 고향 주변의 과수원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그를 두고 ‘색채의 마법사’라는 별칭도 따라다녔다는데 과연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후반기 작품으로 갈수록 원색의 색감이 강렬하다. 저토록 화려한 색채가 과하지 않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4-5미터에 달하는 크기에 푸르고 붉은 원색의 붓터치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놓은 농원 연작은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크기가 다소 작지만 ‘정물’이란 타이틀을 단 그림들도 화사한 색채감이 일품이다. 개다리 소반 위에 푸른 사과와 붉은 감이 또렷한 1955년 작품, 노란 국화가 화병에 꽃혀 있는 1956년 그림, 붉은 감들이 백자 항아리에 담겨 있는 같은 해의 정물화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마티스나 세잔느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렬한 색감이 황홀했다. 세상을 밝게 보고싶은 작가의 의지가 저렇게 표현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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