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일어서는 땅’

2월 17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임옥상 화백의 일어서는 땅을 관람했다. 친구인 이승재 교수와 함께 갔는데 프랑스에서 왔다는 외국인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열정적인 임화백의 설명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작품을 보고 또 통역을 통해서 작가의 해설을 경청했다. 임화백과 사진을 찍으려하고 함께 포즈를 취하면서 기뻐하는 모습들 속에서 예술이 갖는 힘과 함께 국제적인 셀럽이 된 임화백의 존재감이 크게 와 닿았다.

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이전에도 보아왔지만 그림과 글씨를 함께 묶고 흙과 철과 땅을 연결하는 놀라운 발상과 스케일에 가히 압도당했다. 특히 봄이 되어서인지 매화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겸재의 매화 병풍을 연상케 하는 오랜 고매화의 힘찬 등걸, 뒤틀리면서도 용솟음치는 역동성, 바람에 휘날리는 잔가지들, 꽃비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흐드러진 매화꽃잎들… 백매의 아름다움과 홍매의 화려함이 모두 격조와 스케일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임화백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전 미국방문에서의 경험담에 더하여 최근 인터넷, 디지털 기술문명이 화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흥미있는 말도 들었다. 보관과 전시, 제작에 여러 한계를 지니는 실제의 작품보다 이미지와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거래되는 변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벤야민이 말했던 복제기술 시대의 예술론이 일상화되는 느낌이었다.

chat GPT 로 인한 교육과 글쓰기에서의 새로운 상황이 초래하는 내 경험도 함께 화제가 되었다. 과학기술문명의 영향이 그 어느때보다 심대하고 조밀해지는 시대에 학문과 예술, 진리와 품격을 유지하고 가꾸어갈 지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큰 숙제라는데 공감했다. 그럴수록 창조력을 지닌 지식인과 임화백 같은 예술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제아무리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창조와 혁신, 품위와 기개는 역시 사람의 몫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