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없는 바다 한 가운데 동도와 서도가 마주하고 그 사이에 작은 바위가 점처럼 이어진 독도전경은 그 자체로 한폭의 수묵화다. 잿빛 하늘과 검푸른 파도를 배경으로 암갈색의 독도를 향해 배 위에서 마구 누른 카메라 샷 어느 것 하나 명장면이 아닌 것이 없다. 독도는 그 자체가 그림이지만 그리기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유명한 화가들이 독도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전국의 학교, 단체들이 독도그림 그리기, 독도그림 전시회를 주도한다.
일찌기 독도 그림그리기를 주도한 서울대 이종상 화백은 그것을 민족문화를 지키는 운동이라 했다. 초등학생들의 독도그리기는 그림 자체보다 영토주권을 상상하게 만드는 일종의 교육이다. 그래서 독도 그림은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이다. 올해 초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설 선물을 수취거부하고 반송했는데 선물상자에 독도로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독도가 빠진 한반도 그림을 사용한 단체나 책자가 대중의 비난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추상화된 독도 그림이 격렬한 감정정치의 진원이 되는 미묘한 현실이다.
그래서 독도 그림은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남북간에 공통의 정서를 확인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남북이 함께 모이는 곳에는 으례 금강산과 백두산 그림이 걸리는데 독도도 비슷한 기능을 지닌다.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가 있던 2019년에는 북한의 대표적 화가 정창모와 선우영의 독도 그림 전시회가 경북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정창모의 이름은 십수년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들었고 만수대 창작소에서 담묵과 농묵만으로 그린 백두산 설경 그림에 경탄한 적이 있다.
독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종상의 “독도의 기 II” 작품은 수묵의 농담으로 상하 대칭의 삼각형 형상을 배치한 것인데 이 그림에서 굳이 정치역사적 의미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먹의 농담만으로 바다위 독도를 그린 정창모의 수묵화 마찬가지다. 사실 독도 앞에 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바다와 하늘, 섬이 빚어내는 모습에 감탄한다. 흰 화선지 위에 검은 먹으로 잿빛 하늘과 바다 가운데 짙은 색의 독도를 그려보고 싶지만 당분간 머리 속에만 담아두기로 한다. 남북이, 한일이 손잡고 독도를 다시 갈 때면 얼마나 감격스럽게 마음 속 그림이 바깥으로 표출될 것인가! 그 날이 언제나 올까 궁금함과 함께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의구심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