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우주의 경이 앞에서

어제 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제임스 웹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우주사진을 발표했다. 나는 실시간으로 현장자료를 보여주면서 전문가의 설명을 전하는 한 국내 유투브에 접속하여 시청했는데 심야 시간임에도 약 2만명이 접속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리 발표했던 첫 사진을 포함한 5컷의 이미지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주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빛의 보석들을 진열한 것 같기도 하고 천지창조의 웅장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걸출한 예술가의 신비한 작품을 보는 듯 싶기도 했다. 작은 모래알 정도의 우주 공간 속에 저토록 많은 은하들과 거대한 가스 성운이 존재한다는 것, 뭇 별들의 생성과 소멸이 지금도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우주를 광대무변이라 표현한 것이 결코 문학적 표현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천문학과 물리학 관련 글을 읽고 유투브 강연을 듣는게 일종의 취미가 된지 몇 년이 되었다. 십여년 전 유럽의 학자들과 civility 의 지구적 확산을 공동연구할 때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의 개념적 ‘entanglement’에 주목하자는 논의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고 결과물이 책자로 간행된 이후에야 현대물리학의 주요 개념임을 알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은 내 과학지식의 엉성함이 부끄러운 감정으로 남아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의 강의와 영상들을 듣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적지 않고 듣다가 잠이 드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느낌이 상쾌해서 지금도 잠자리에선 음악 대신 과학강연을 틀어놓는 날이 많다.

아마추어 귀동냥 지식이지만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 법이다. 가볍게 흥미로 듣기 시작했지만 점점 내 생각과 사고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낀다. 실제로 빅뱅 우주론과 양자물리학의 설명들은 시간과 공간, 존재와 무, 힘과 에너지, 물질과 생명 등 근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고 근대 과학주의에 근거하여 초월적 세계관을 우습게 보려던 지난날을 겸손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그런가 하면 휴머니즘과 민족주의, 근대주의를 바탕으로 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우주에 놀라면서도 다소 착잡해지는 마음을 숨기기 어려운 까닭도 저 세계관에 수반될 미래가 좀처럼 상상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칸트가 자신을 감탄하게 만들었다는 “밤하늘의 별과 내 마음 속 도덕률”을 떠올리면서 저 놀랍고 아름다운 우주의 이미지 너머에서 내가 찾아야 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자문해 본다. 첨단 우주과학의 시대에 인문학과 사회과학, 신학과 역사학, 윤리와 정치는 무엇일 수 있고 무엇이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