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봄이 참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죽은 듯 했던 나뭇가지에 잎이 돋아나고 어느 순간 들풀과 민들레가 겨우내 얼었던 땅을 뒤덮는다. 만물이 같은 생명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절로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수십년간 이런 봄을 맞이했는데 유난히 그 느낌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매일 땅을 밟고 사는 환경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참 오랫동안 자연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사람사는 세상은 이런 자연의 흐름과는 전혀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담장이 높아지고 이웃과도 눈길을 마주치지 않는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반문명적 전쟁의 참상은 연일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야만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도 강력한 억지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를 두둔하는 모양새고 프랑스는 극우정당의 힘이 커지고 있다. 굳이 미중 패권경쟁이 아니더라도 세계가 다시 분열될 조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근대 지식인들은 자연과 문명을 구별하고 인간이 자연상태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을 자랑했다. 과학기술과 시장경제를 앞세운 서구의 힘도 이런 문명중심적 세계관을 증명한 듯 보였고 실제 한국을 비롯한 많은 제3세계가 그 모델을 좇았다. 하지만 오늘 자연과 문명을 대비해 보노라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만물이 생명으로 잔치를 벌이는 이 봄에 전쟁과 분열, 대립과 비난을 넘어서지 못하는 지구촌의 문명이 자랑스러울 수만은 없어 보인다. 촌래불사춘이란 시적 표현은 우리 문명의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자연의 봄처럼 문명에도 봄이 오게 할 길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