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책 속에 담긴 학연

신복룡 교수께서 보내주신 [전봉준 평전]을 읽었다. 영웅이라 할만한 인물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영웅주의에 빠지지 않고 평범한 민중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저자 스스로 원했던 사람냄새 나는 정치전기학의 한 사례라 함직하다. 오래 전에 출간했던 자신의 책을 꼼꼼히 다시 보완하고 새로이 밝혀진 자료와 내용들을 보충하면서 도움을 입은 후학들과의 학연에 감사함을 밝힌 것 참 아름답고 귀한 모습이다.

적확한 말, 살아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학자에게 필수적인 것이지만 우리는 종종 그 점을 잊고 지낸다. 이 점에서 최근 삼국지와 플루타르크 영웅전 번역본을 연이어 출간했고 성경 신구약을 새롭게 다듬은 작업까지 마무리하신 신교수님 열정은 놀랍다. 과거에도 구한말 주요한 책들을 꼼꼼히 번역하면서 잘못 알려진 사실과 상식의 오류를 바로잡는데 진력하셨는데 그런 정성과 집념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이 책에서도 본다. 수십년간 몸처럼 익숙해졌을 자신의 글투를 새롭게 고쳐쓰는 것은 웬만한 성찰과 노력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 나와의 인연을 언급한 부분을 읽으며 전주에서의 생활을 떠올렸다. 나보다 앞서 동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여러분들을 만나 이곳 저곳 답사하며 이야기 나누었던 행복한 인연들에 감사한다. 박맹수 총장, 이종민 교수, 신순철 교수, 이진영 교수, 최현식 원장, 표영삼 선생, 김은정 기자 등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분들의 도움을 입었다. 서울로 올라온 이후 자연스레 내 연구관심도 만나는 사람도 달라졌지만 언젠가 나도 그때의 학연들을 떠올리며 지난 글을 고쳐 쓸 때가 올 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저 열정과 수고, 기억력과 성실함이 내게도 있어야 할텐데 …어떨지.

2 Comments

  1. 감사하고 과분합니다. 그리고 30여년 전의 후의가 새삼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박 교수님께서는 연부역강하시니 큰 업적 쌓으시기 바랍니다.
    거듭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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