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1년만에 다시 핀 梅巖同人 난향

1년 전 정년기념 서예전을 열었을 때 제자들로부터 받은 난이 새 봄을 맞아 우아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대가 올라온 것은 두어주 전인데 이제 멋진 꽃잎이 하나 둘 벌어지면서 은은한 난향으로 온 거실을 채운다. 온도 변화가 크지 않은 집안에서도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정확히 알고 반응하는 식물의 예지에 새삼 놀란다.

코로나 상황으로 모든 것이 어려웠던 때, ‘以文會友’ 서예전을 열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제자들에게 줄 글씨를 준비하면서 得天下英才 하여 맺었던 학연들을 되돌아보고 함께 기리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매화가 피던 계절이라 그 글씨를 받을 제자들이 ‘매암동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나누었던 정담의 시간은 고맙고도 감동적인 우정의 ‘詩會’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 때 선물로 받은 난화분에 달려 있던 리본은 지금도 그대로 꽂혀 있다. 내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우리 선생님 행복하세요 제자 일동’이라고 쓰인 글귀를 유심히 보는 모습들도 종종 본다. GIST 에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는 것도 참 귀하지만 서울대 재직 시절 제자들과 맺었던 지적 교분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력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다시 매화 피는 계절에 새로이 난향을 맡으니 지난 일년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모두들 건강하고 잘 지내기를 마음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