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설날 아침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이나 지났는데 카톡방엔 또 한번의 신년 덕담들이 줄을 잇는다. 어색한 감이 없지 않지만 나날이 새롭자는 말도 있으니 거듭된 새해맞이 인사가 나쁠 건 없겠다. 밤새 내린 서설로 하얗게 변한 주변의 산을 올라 우일신하자는 마음다짐을 하니 새로운 한 해를 덤으로 선물받은 느낌마저 든다.
눈덮인 산길을 걷다가 백범 김구의 글씨로 접했던 한시를 떠올렸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덮인 들판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걷지마라 오늘 내가 걸은 발자취가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니) . 서산대사의 글로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임연당 이양연도 유사한 시를 남겼다 한다. 雪朝野中行 開路自我始 不敢少逶迤 恐誤後來子 (눈내린 아침 들판 걸으니 길이 나로부터 열린다. 감히 비뚤거리며 걷지 못함은 뒤에 올 사람이 잘못됨을 염려해서이다)
현실에서는 우리 누구도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개척자가 되지 못한다. 세상사는 수많은 이들의 발자국들로 이미 넘쳐나 폭설로도 뒤덮여지지 않는다. 결국 누군가가 앞서 걸은 길을 뒤좇는 것이 다반사이고 헷갈리는 갈림길을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선이 눈앞에 다가온 2022년도 내키지 않는 길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자주 접할 듯 싶다. 다만 어느 길을 선택할지를 놓고 벌이는 저 소란이 사생결단식 전쟁이 되지 않기를… 인생에도 역사에도 가지 못한 길은 늘 있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설날 아침 눈길에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