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마쳤다. 온 세계가 힘을 모으고 국가역량이 총동원되다시피 한 탓이겠지만 예약부터 접종 후 안내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거버넌스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인터넷 예약에서 질본의 실시간 안내, 접종 의료기관의 역할과 곧 이은 확인 증명서 발송 등 전 과정이 가히 일사분란하다 할만치 체계적이었다. 이 놀라운 효율적 동원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도 많겠고 감시 시스템의 심화를 염려하는 사람도 제법 있을 법하다.
어쨋든 백신 접종은 감염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개인에게도 절실한 일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경제회복과 정치적 리더십에도 결정적인 변수다. 그런가 하면 전인류가 함께 극복해야 할 문명적 사안이기도 하다. 오늘 접종을 받은 일은 나의 개인적 안전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국격, 인류공동체의 숙제와 과학기술문명의 자부심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명사적 사건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국가, 인류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중첩되는 한편으로 그 불일치와 간극에서 비롯되는 긴장을 감당하는 일이 앞으로의 큰 과제일 듯하다. 통계적으로 ‘증명’하는 총체적 성과가 뚜렷하더라도 0.1 퍼센트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통계적 증명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한다고 볼 때 통계의 확실성과 실존적 불확실성을 연결할 지점이 어디일지는 여전한 숙제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