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오늘의 화두

old and new

조형근 박사가 장인이 만든 수제품 만년필을 보내왔다. 정성이 깃들였을 그 만년필을 대하니 초보 강사 시절 ‘old and new’란 쪽지와 함께 받았던 선물이 떠올랐다. 그 속에는 붓과 만년필이 들어있었는데 보낸 분의 탁월한 감각에 감탄했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학자에게 문방사우나 필기구에 대한 욕심은 없을 수 없다. 실제로 붓과 펜은 동양의 선비와 서양의 지식인들의 가장 중시하던 아이템이었다.

동서양 문명이 붓과 펜 위에 성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편리한 연필과 불펜이 등장하면서 점차 일상에서 멀어졌고 컴퓨터 시대가 되어서는 아예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뛰어난 글을 쓰는 작가나 학자들도 정작 글씨는 초등학생 같은 경우도 적지 않다. 붓으로 쓴 글씨에 놀라는 중국 학자도 적지 않다. 기술이 동서문명을 통합시키고 있다고 환영해야 할 지 오랜 문명의 품격을 폐기한다고 아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짐을 정리하면서 붓과 만년필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어떤 것은 자주 써서 손때가 묻었고 어떤 것은 아예 새 것으로 남아 있지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는 시대의 ‘new’는 디지털 첨단기기의 몫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붓과 만년필에 담겨온 정성과 품격은 결코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지지 않을 것이다. ‘流水居然’이란 글씨까지 새겨진 정갈한 만년필을 접하니 法古創新을 표방한 새로운 도전을 해볼 마음이 생기는 듯 하다. 무모한 과욕일까 참신한 발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