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지나치던 집 주변의 한 아카시아 나무가 활짝 꽃을 피웠다. 얼마전까지도 기미가 없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같은 나무들도 이제야 조금씩 꽃망울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 녀석은 아예 만개했다. 나무들도 그들 간에 경쟁을 할까? 아니면 유난히 성급한 녀석일까? 경쟁이라 하기에는 다른 나무의 속도에 관심이 없고 성급함이라기엔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또렷하니 굳이 말한다면 개성이라고 할 밖에 없다. 세상사의 흐름이나 주변의 평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우주의 섭리와 자신의 생명력에 순응하면서 분출하는 이 놀라운 아름다움은 매년 이맘때 주어지는 계시적 사건이다. 섭리와 개성과 자연스러움이 함께 연동하는 우주적 신비를 드러내는 징표로서의 사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