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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화묵회 전시

서울대 교직원 서예전시회가 8월 5일 서울대 미술대학 우석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올해의 전시 컨셉은 여름을 보내는 서정… 무더운 날의 시상을 화선지 묵향에 담아보려는 의도였으리라. 두달전 전시계획을 통보받고 나는 바로 두 작품을 마음에 떠올렸다. 무더운 여름날 변방의 병사들의 수고를 보며 멋진 시를 남긴 두보의 ‘하야탄’과 여름의 길목에서 자연의 역동적 흐름을 ‘공양’이라는 화두로 담은 안도현의 시다.

사실 봄이나 가을에 비해 여름을 주제로 한 시는 중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과거에도 지금도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두보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만물이 각기 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임을 일깨우고 인간사의 부자유함과 억지스러움을 변방의 병사들을 통해 노래한다. 안도현은 풀, 비, 바람, 새 등 만물이 제나름의 공을 들여 여름의 무성함을 만들어왔음을 신선한 감각으로 표현했다.

두보의 한시의 전반부를 행초로 썼다. 자유롭게 운필하려 했는데 그럴수록 기본기가 바탕임을 절감했다. 작품을 써보다가 황희지의 초천문을 다시 연습하곤 했다. 한글도 좀더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어 여러 서체를 섞어 써보았다. 한자와 한글의 아름다움이 서로 다르면서도 붓의 감각에서는 상통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