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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23년도 2학기가 개강했다. 무더위와 폭우로 정신없었던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방학은 쉼과 여유의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수업을 위해 광주를 오가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과목의 내용을 채우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강의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지 않지만 기대가 되고 새로운 열정이 솟구치기도 한다. 감사한 일이다.

동양고전의 하나인 [대학]의 한 귀절을 화선지에 써서 연구실에 걸어두었다. “格物致知 誠意精心 修身濟家治國平天下” – 곰곰 생각하면 학자가 평생 좌우명으로 할만한 내용이다. 사물의 궁극적 이치를 물어 깨닫고 지극한 뜻과 맑은 마음을 지키는 것 (格物致知 誠意精心) 은 학문의 본령을 이르는 말이다. 스스로의 몸을 닦고 집안을 보살피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의 평화를 구한다 (修身濟家治國平天下) – 학자의 할 바를 쓴 내용이다. 학문함과 학자됨의 두 차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르침이다.

서울대를 정년한 후 다시 주어진 GIST 에서의 강의기회를 나는 이전생활의 연속이 아닌 새로운 질적 전환으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중이다. 익숙하고 몸에 밴 내용과 방식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내용을 새로운 형식으로 가르치고 싶다. 강의 이전에 학습과 공부를 우선하고 학생들에 앞서 내 자신이 나날이 새로워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설득할 수 있고 내 아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힘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 생각은 절실한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다만 지난 학기에 비해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