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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헌장과 한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유네스코헌장 전문을 전지 두 폭에 쓴 병풍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기증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유네스코를 찾는 국내외 인사들의 기념촬영과 각종 회의의 배경으로 사용될 만한 한글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한경구 사무총장의 부탁에 따라 지난여름 나름 공들여 썼던 글이다. 의미 있는 문화상징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 헌장 첫 머리의 이 문장은 유네스코 설립의 기본정신을 온전히 드러낸다. 모든 분쟁의 원인도 해법도 모두 인간에게 있다는 이 명제는 두 차례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으면서 뜻있는 학자, 예술가, 교사, 과학자, 문인 들이 숙고하면서 합의한 결론이자 원칙이다. 제정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지금도 그 메시지의 울림은 강하고 명료하다.

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글의 조형원리가 문화다양성과 평화방벽을 강조하는 유네스코 정신과 묘하게 부합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글의 개별 획은 정형화된 기하학적 모양을 띠지만 글자의 조합에서는 자유로운 여백과 강약이 허용되어 글씨마다 개성이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의 조형미 속에 담긴 이 역동적인 힘이 오늘의 BTS도 K-Pop도 가능하게 해준 문화적 자산일 수 있겠다 생각해보는 한글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