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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하례식

1월 4일 사회학과 신년하례식이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려 서울을 다녀왔다. 정년 이후, 그러니까 명예교수가 된 이후로 처음 참석하는 자리다. 작년에는 내가 미국에 가 있었던 관계로, 또 그 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임 자체가 어려웠었다. 그래서인지 수십년간 참석해오던 모임인데 서울로 가는 느낌이 예전같지 않았다. 세종으로 이주해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물리적 공간감각도 일조를 했는지 모르겠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 한참 덕담이 진행 중이었는데 참석자의 세대적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구나 하는 첫 인상이었다. 55학번인 김진현 전 장관, 57학번인 김경동 교수, 58학번인 신용하 교수, 63학번인 한상진 교수, 그리고 동문회장이 헤드 테이블에 앉아 계셨다. 현직 교수들의 참석도 많지 않아 이재열, 김백영, 추지현, 임동균 교수가 자리했고 작년에 정년을 한 정근식 교수가 같은 테이블에 있었다. 학생들 자리는 더욱 많이 비어 대학원생이 십여명, 학부생은 두세명에 불과한 듯 했다. 모임이 더욱 고령화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금하기 어려웠다.

신년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1시간여 가졌다. 새해 복과 건강을 비는 관례적인 인사가 계속되었지만 걱정스런 시대론이 뒤를 이었다. 인류문명,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한 염려로부터 사회학의 학문적 위축, 사회학과의 위상 하락에 대한 걱정도 표출되고 후학들에 대한 권면과 조언도 있었다.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며 사회학 융성기를 지냈던 선배 세대의 입장에서 충분히 나올법한 덕담들이었다. 좀더 연대하자, 사회학에 대한 애정을 강화하자, 시대적 소명감을 잃지 말자 등의 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데 이런 포맷이 정작 젊은 세대,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사실 신년 덕담이 꼭 선배 세대들이 후배세대,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표하는 형식일 필요는 없고 특히 이 자리가 그런 시간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쉽다. 역으로 젊은 세대의 현실인식과 고민을 표출하는 자리로 만들 수도 있을테고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그들 나름의 자부심을 듣는 기회일 수도 있다. 걱정과 염려를 공유한다 해도 관성화된 세대론보다 서로의 진솔한 대화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와 자녀간에도 관심의 영역이 변하고 소통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시대인데 학과의 세대간 상호작용 방식도 좀 새로워질 필요는 있겠다.

이미 학계 전반에서 분과별, 세대별 모임과 활동에 비해 모학회의 결집력과 연대감은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소속감 만으로도 결집하고 연대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분과학의 경계를 횡단하면서 관심사를 확대하는 탈경계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학술공동체를 고수하자는 주장이 언제까지 지지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정보와 소통을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디지털 문명에 걸맞는 새로운 유대와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21세기 뒤르켐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못마땅함과 기성세대에 대한 거부감을 모두 넘어서는 혁신적 변화, 공감의 재구성은 불가능할까? 신년하례식을 하고 오는 기차속에서 내내 생각한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