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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회와 사회사학회

2023년도 한국사회학회 정기대회가 12월 14-15일 동국대학교에서 열렸다. 예년과 유사하게 많은 분과세션들이 열렸고 궂은 날씨에도 꽤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다. 개회식 전체세션에서는 하와이대 구해근 교수께서 ‘나의 사회학 50년’이란 제목으로 계층과 계급연구에 천착하게 된 학문적 배경, 또 노동자 연구로부터 중산층 연구로 최근 관심이 옮겨가게된 계기 등을 이야기했다. 학자로서의 오랜 고민과 사회학에의 애정이 느껴지는 진지한 발제와 이를 경청하는 후학들의 모습을 오랫만에 보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60 학번은 말할 것도 없고 70 학번 초반 세대의 회원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 한상진 교수를 제외하면 내가 거의 최고참이 아니었나 싶다. 학계에도 세대의 교체가 빠른 현실의 반영일텐데 연속성이 너무 단절되는게 아닌지 아쉬움도 느껴진다. 저녁의 총회에서는 1년간 수고한 설동훈 회장의 뒤를 이어 장덕진 교수가 내년도 회장으로 취임했고 차차기 회장으로는 계명대학의 임운택 교수가 선출되었다. 몇년만의 경선이었고 또 지방대학의 교수가 회장을 맡게 된 것도 오랫만이어서 축하할 일이라 생각된다. 2027년 광주에게 개최될 세계사회학대회의 조직위원회 규정이 채택되고 그 유치를 주도했던 장원호 전 회장이 향후 조직위원회를 이끌어갈 것이라 한다.

사회사학회의 정기총회와 분과 세션도 첫날 오후에 개최되었다. 1부에서는 “분단과 전쟁으로 한쪽 날개 꺾인 한국여성운동”(김귀옥), “5.16 군사쿠데타 이후 비전향장기수 전향정책분석” (정찬대), “5.18 제도화와 기억의 전시”(유경남) 등 세 편의 발표가 있었다. 세 편의 논문이 각기 우리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젠더의식, 이념정치, 기억투쟁의 양상을 1950년대, 1960-70년대,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다루어 한국현대사를 조망하는 느낌이었다. 토론이 흥미로왔는데 성의식이 50년대를 거치면서 퇴행되고 ‘지연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지적한 황정미 교수의 문제제기, 기억의 정치에 수반되는 왜곡과 이해, 권력의 쟁점들을 거론한 김민환 교수의 토론은 적절하고 또 중요한데 앞으로의 큰 과제라 여겨졌다.

사회사 분과 2부에서는 최재석 학술상을 수상한 정수복 교수의 “한국근현대 학문의 지성사를 향하여”라는 기념강연이 있었다. 정교수는 서양학문의 수용사라는 관점에서 1세기를 조망하면서 보편적인 한국적 학문, 독자적인 지성풍토를 형성하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였다. 후학들의 학위논문은 물론이고 인근 학문 분야의 주요 연구도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학술장의 형성과 전개, 분단과 미국의 영향, 학진체제의 문제 등을 언급하고 미래를 향한 제언을 제시한 성실함에 경의를 표했다. 나는 토론자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도 2000년대 이후 크게 변하고 있는 학술장의 동요, 특히 대학 위상의 변화에 대해 좀더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주체성’이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리라는 것, 그리고 학사와 사상사와 지성사의 상이한 문제의식을 좀더 분명히 했해 달라는 것을 부탁했다.

이후 한국사회사학회 총회가 이어져 지난 2년간 회장으로 수고한 김백영 교수의 뒤를 이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서호철 교수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대학원 시절부터 폭넓은 식견과 역량을 보여준 서교수가 다음 학회일을 맡게 되어 기쁘다.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함께 부담을 나누고 진지하게 토론과 연구에 힘을 합하는 여러 후배 교수들이 있어 고맙고 뿌듯했다. 점점 더 개별화되고 해외의존성이 커지는 오늘날의 학술풍토에서 한국사회사학회 연구자들의 이런 응집력과 문제의식은 그 자체로서 소중한 지적 자산이자 지켜갈 유산이다. 이런 귀한 학회의 초석이 되신 신용하 교수님의 헌신성과 리더십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면서 2세대로서 중간역할을 수행했던 사사친의 여러 동학들에 대한 고마움도 뒤를 잇는다. 3세대의 수고를 통해 더 많은 인적, 지적 결실이 거두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