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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과 평화통일

민주평통에서 발간하는 [평화통일] 2024년 신년호 인터뷰를 했다. 편집을 대행하고 있는 동아일보에서 연락이 온 것은 약 2주 전, 마침 당일 서울에 다른 일정이 있기에 수락했다. 신년호인데다가 단독인터뷰라 해서 다소 부담이 되는 바 없지 않았지만 자유로운 대화를 하기로 하고 30일 오후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을 방문했다.

이 작업을 담당한 김건희 기자는 평소 남북관계나 통일문제를 다루는 기자들과는 다소 다르게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치적이거나 논쟁적인 사안들 보다도 요즘 젊은 세대의 관심과 태도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구하는 형태에서 반갑고 편했다. 김기자는 자기 스스로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북한과 ‘손절’하고 싶은 심리가 없지 않다는 솔직한 견해를 피력했다. 나는 요즘 젊은 세대의 그런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발상과 기획을 추구해야 한다고 내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과 다른 국가이자 다른 민족이라는 응답비율이 ‘단일민족 단일국가’를 지지하는 비율보다 높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북한에 대한 신뢰철회, 통일에 대한 관심저하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정서적인 거리감이 평화공존이나 새로운 미래관계를 형성해가는데 반드시 부정적이지 않음을 역설했다. 친척관계나 친구관계에서도 나타나듯 지나치게 정서적이거나 동질적인 친밀성을 강조하면 그 폭이 협소해지거나 지속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에게서 보이는 적절한 심리적 거리감, 때로는 냉정한 관계설정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틀을 형성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측면도 분명히 있다.

청년들의 이런 반응과 그 맥락은 다르지만 비슷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해외한인이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그 절대수도 적지 않지만 모국인구 대비 비율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지만, 각자가 거주하는 현지국가의 문화와 정치, 경제활동과 가치체계에 따라 제각기 다른 감각과 연관을 보인다. 이런 다양성과 다중성, 때론 갈등과 긴장을 수반할 수도 있는 상이한 시각들이 긴 맥락에서 보면 큰 자산임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기관으로서 민주평통이 단순한 정책홍보 역할을 넘어서 이런 글로벌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문가나 지식인으로서는 이런 변화들을 넘어 가능한 미래비전에 대한 깊은 숙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24년은 국제환경의 변화나 북한내부의 변화, 한국사회 내부의 변화 등 모든 점에서 이전에 비해 불확실성과 긴장이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의 여파도 지속될 것이고 북핵위협과 양안긴장으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이다.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내부의 여유와 관용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미래를 새롭게 구축하고 바라볼 것인가, 어떤 공동체의 꿈을 창출할 수 있을까 큰 숙제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