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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에서의 멋진 하루

10월 14일 대구 계명대를 방문했다. 계명문화대 박승호 총장을 예방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하숙을 함께 한 인연에다 육사 교수부에서 함께 가르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눈 사이지만 오랫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다. 몇 년 전 계명문화대 총장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 뜻을 이루게 된 것이다. 오랫만에 반갑게 포옹하고 즐거운 담소로 회포를 풀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좋은 학자이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겸비한 박총장은 성실함과 진지함이 트레이드 마크다. 유학을 다녀온 후 서울여대에서 줄곧 교수로 봉직하였는데 그 품성을 일찍부터 알아온 계명대 이사장의 천거로 계명문화대 총장에 부임했다 한다. 첫 임기를 마치고 두번째 총장직을 연임하고 있으니 대학경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증거일 테다. 실제로 계명문화대는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졸업생의 만족도와 사회진출 수준이 높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계명대 캠퍼스는 참 아름다왔는데 내가 본 대학 캠퍼스로선 최고가 아닐까 싶다. 나무 한그루, 건물 하나 하나에 정성과 의미가 깃들여 있고 잘 관리되고 있어 둘러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높은 곳에 위치한 아담스홀은 초기 선교사의 비전과 헌신이 담긴 공간으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격조높은 천정구성, 정면의 제단과 파이프오르간이 엄숙함과 정결함을 느끼게 한다. 고풍스런 황갈색 컨셉이 캠퍼스에 통일성을 주면서도 한 복판에 전통 한옥들로 이어진 공간을 배치했는데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을 캠퍼스 디자인 속에 함께 담으려는 뜻이 읽혀져 좋았다. 풀 오페라 공연이 가능한 첨단 아트센터가 세워져 학교와 지역사회에 소중한 문화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특기할 일이다. 디자인과 건축에 의미와 문화가 담겨야 한다는 것, 지속적인 관심과 손질이 공간을 살아있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멋진 캠퍼스다.

박총장과 점심을 함께 한 후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들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지방의 청년문제에 주목하면서 참신한 연구쟁점과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해 오고 있는 최종렬 교수, 사회이론 분야의 좋은 연구자이면서 학계의 신망이 높은 임운택 교수,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임용된 박해남 교수와 오랫만에 즐거운 대화시간이었다. 최종렬 교수는 [복학왕의 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책자와 신문의 컬럼으로 우리사회의 여러 현안, 특히 지방의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크게 기여해온 학자다. 임운택 교수는 이번에 한국사회학회장 후보자로 천거되어 학계 전반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이다. 이번에 부임한 박해남 교수는 문화와 역사, 스포츠와 종교 등 21세기 변화를 다면적으로 해명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신진 학자다. 규모는 작지만 역량은 뛰어난 계명대 사회학과의 지적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어려운 조건 하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후배 교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성원하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