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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최재석 학술상 시상

10월 25일 제4회 최재석 학술상 시상식이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정수복 교수가 본상을, 김란 박사가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상이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격려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기쁘다. 최재석 교수의 학자적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을 새삼 실감하는데 이름을 남기려면 ‘돈도 남겨야 한다’는 이숭원 교수의 농담 반 진담 반 언급 역시 그럴듯하게 와 닿는다. 이사장으로서 이 날의 시상식에서 “고마운 연구 더 고마운 연구자”라는 인사말을 했다.

정수복 교수의 [한국사회학의 지성사] 전 4권은 한국 학계에서 보기 어려운 대작이자 수작입니다. 선진학문의 수용에 급급했던 주변부 학계의 역사 속에 담겨있던 고투와 열정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발굴하고 정리해낸 참으로 고마운 연구입니다. 학문의 보편성을 강조하되 주체성과 실천성을 동시에 고민했던 사회학계의 지적 긴장을 아카데미즘, 비판성, 역사성의 세 영역으로 정리함으로써 한국지성사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한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재석, 신용하, 박영신의 학문적 업적과 활동을 역사사회학이란 흐름으로 묶어 자리매김해 준 것은 그 분들께 학은을 크게 입은 한국사회사학회로서 더 없이 고맙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받는 김란 박사의 “현대한국과 중국 보육체제 변동에 관한 비교연구”는 가족주의와 보육공공성의 관점에서 두 나라의 현실을 분석한 주목할만한 성과입니다. 가족과 교육, 돌봄과 공공성이 시대적 쟁점이 되고 있는 오늘, 동아시아 문명을 공유했던 두 나라의 공통과제를 깊이 숙고하게 하는 수작입니다. 한국의 평등주의 교육개혁의 기원을 탐색하려는 이지원 님의 학위논문계획과 추지현 교수 외 5인의 공동연구과제인 ‘안전의 공간정치’도 현실적 쟁점들의 역사적 뿌리와 맥락을 탐색하려는 지적 노력으로 그 결과가 주목되는 작업이라 하겠습니다.

학술상은 탁월한 연구성과에 우선 주목합니다만 오늘 저는 연구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피력하고 싶습니다. 정수복 교수는 그가 애정을 쏟았던 학계로부터 합당한 대접을 받았다 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경계선 위’에 선 자만이 지닐 수 있는 균형잡힌 시선으로 학술장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그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학계의 주인공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깊은 애정으로 힘든 발품과 오랜 독서, 글쓰기의 수고를 아끼지 않은 정교수께 더욱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같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김란박사, 추지현 교수외 5인, 이지원 학생에게도 같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마운 저작, 더 고마운 연구자들을 선정하고 치하할 수 있도록 학술상 기금을 쾌척해주신 이춘계 여사님과 이숭원 교수님을 비롯한 유족분들, 여러 추천 책자와 논문들을 검토하며 수상작을 선정하느라 애쓰신 김필동 위원장 외 심사위원들, 번거로운 일처리를 감당하신 정일준 교수님 외 학술상운영위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고마운 뜻을 지속적인 연구로 이어가려는 한국사회사학회의 김백영 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들의 수고와 노력에도 감사함을 전하며 모든 분들의 건강과 학문적 성취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