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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회 월봉상 시상식

4월 28일 49회 월봉상 시상식이 명동의 유네스코 회관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 시기동안은 매우 축소된 약식 시상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올해 다소 완화된 상황이어서 조금 초청자가 확대되어 그간 못본 분들도 여럿 참여했다. 이철우 이사장과 수상자의 지도교수와 동료 학자들, 한성구 교수, 한민구 교수, 한승미 교수 등 월봉의 후손, 이선민 선생 등 기념사업회 관련 인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올해의 월봉상은 장진엽이란 신진 학자가 조선후기 일본을 왕래한 통신사의 필담집을 분석한 책자에 주어졌다. 한국문화를 일본에 전수하는 활동이라고 이해되어온 조선통신사의 면모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구다. 저자는 이 통산사의 내왕이 두 나라의 외교적 행사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분적으로 조선지식인과 일본지식인 사이에서 드물게 이루어진 지적 소통과 학술적 대화의 장이었다고 본다. 따라서 필담집 역시 공식적 문서에서 볼 수 없는 내밀한 교류를 담고 있는 사료라고 보고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상호작용을 드러내려 했다.

도진순 교수는 ‘차가운 평화, 뜨거운 필전’이란 멋진 제목을 단 심사평을 작성했다. 세밀한 분석력과 남다른 문장력을 지닌 도교수는 언제나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 글을 작성하는 분이다. 안중근이나 이육사에 대한 그의 새로운 해석들도 자료 하나 사료 한 문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꼼꼼함에서 얻어진 결과다. 이번 심사평도 제목을 두고 여러 분의 의견을 청해듣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뜨거운 필전’이라 이름할 정도의 치열함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학에 대한 애정과 유익한 조언이 담긴 좋은 글이라 생각된다.

심사위원으로 월봉상에 관여해온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매년 다양한 영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책들 가운데 하나를 선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고 해마다 그 어려움은 가중되는 느낌이다. 언제나 참신함과 노련함, 흥미와 중요성,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어디에 무게추를 놓아야 할지 고민거리다. 다양한 연구서를 평가할 안목과 식견이 충분치 못하고 국내외 학문분야 동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함을 절감하면서 오히려 내 스스로가 심사를 받는 느낌조차 든다. 식사 자리에서 농담조로 언젠가는 심사위원의 자격도 심사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것도 그런 마음의 반영이었던 셈이다.

시상식이 끝나고 유네스코 사무총장 방에서 한홍구 교수 등과 잠시 환담을 했다. 내가 한글로 쓴 유네스코 헌장의 두 폭 병풍이 접견실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게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 총장의 설명으로는 이곳에 오는 국내외 인사들이 한결같이 이 병풍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그때마다 한글의 아름다운 조형미에 대한 말들을 주고 받는다 했다. 알만한 분들에겐 내가 쓴 작품이란 설명도 덧붙인다니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 이 글씨의 일부를 이용해서 다시 제작한 에코백을 선물로 받고 나온 명동길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오랫만에 활기를 되찾은 듯 해서 반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