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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평화포럼

4월 20일 포스텍 평화포럼 일곱번째 행사가 개최되었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 중인, 제3자변제를 통한 강제동원피해자 보상안에 입각한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평가하고 국내외 파장과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로 기획한 것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의 기조발제와 이원덕, 박찬승, 이근 교수의 토론, 여러 패널리스트의 의견개진으로 밀도있는 대화를 통한 배움과 소통의 장이 되었다.

발제자는 현 정부의 시도가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의미 있는 결단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국내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고 일본측의 대응 역시 불확실하여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토론에서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란 긍정적 평가와, 우리 대법원 판결의 정신을 훼손하고 향후 한일관계 정립에도 악영향을 끼칠 잘못된 정책이란 지적이 함께 제기되었다. 패널들의 견해 역시 이런 스펙트럼 상에 위치해 있었다. 다만 한일문제가 매우 어려운 난제이고 미래를 향해서는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라는 점에는 다들 공감했다.

기획단계에서 가급적 다양한 관점을 지닌 분들을 초청하려 했다. 한국사, 한일관계, 남북관계, 한미관계, 동북아 지역연구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해서 서로 다른 시각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뜻깊은 포럼이었지만 역시 국제관계학의 시각과 역사학의 시각은 접점찾기가 쉽지 않았다. 미래를 향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위와 과거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 사이의 긴장을 역동적 해법찾기로 풀어가는 지혜를 찾는 길은 여전히 멀어 보였다. “과거의 굴레와 미래의 도전”이란 부제에서 이 양자를 함께 넘어설 것을 목표로 했지만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도 확인된 자리다.

최근 뉴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및 대만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외신기자회견 언급으로 야기된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외교적 언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거친 말들이 오가는 현 동북아 상황은 분명 그 자체로 염려스러운 현실이다. 중국의 강력한 부상과 중국중심주의가 큰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를 지혜롭게 다루는 외교역량의 부족, 미국일변도 전략 마인드도 심각한 문제인 듯 하다. 지구적인 상황변화에 따른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는데 그 복합방정식을 풀 능력은 오히려 퇴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

방향이 옳다는 것과 방향전환을 지혜롭게 이루어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큰 틀에서 방향에 동의하더라도 이를 감당할만큼 충분한 소프트파워를 갖추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일이다. 실제로 안팎의 여건과 상황을 고려한 시간계획, 선후연계, 강약조절의 정치외교적 역량이 어떠한가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달라질 수 있는데 현 정부의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신뢰보다 염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3차방정식을 2차방정식처럼 풀고자 하는 단순화의 오류가 21세기 지정학의 복합성에 제대로 대응할 역량을 약화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