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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논리

김성국 교수께서 새로이 출간한 신간 [하나논리] (2023, 이학사)를 보내주셨다.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원로 사회학자이자 부산 지역사회의 현안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동아시아 지식인 네트워크에도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분이다. 정년을 한지 꽤 되었는데 여전히 왕성한 학문적 활동을 하고 계신데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동아시아 사회이론의 모색이란 부제가 달려있지만 이 책은 여느 사회이론 서적과 다른 분위기다. 학계의 보편적 관심사와 학계 내부의 논의도 없진 않지만, 핵심은 지난 시기 서구 사회과학의 사상적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지적 패러다임을 독창적으로 구성하는 데 있다. 저자는 1960년대 이래로 자신이 주목해온 여러 사상적 맥락들을 실존주의, 구조주의, 맑스주의, 시민사회론, 탈근대론 등으로 추적하면서 그 특성과 한계를 성찰의 자원으로 삼아 대안적 논리를 구성하고 있다.

미래적 전망을 지닌 대안적 사회이론의 가능성을 저자는 ‘하나논리’를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삼라만상의 존재론적 연결성과 가치론적 하나됨을 중시하는 通一의 관점이 특히 중요한데, 이런 시각은 동아시아 유, 불, 도의 사상적 자원과 한국에서 그 맥을 이어온 선가의 사유를 지적 자원으로 삼아 구성할 수 있으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천부경을 비롯하여 한국 전통사상에서 발견되는 천인합일 사유를 재해석하면서 저자 자신의 독특한 전망들, 즉 유아유심적 탈물질주의, 주체적 개인주의, 비관적 신비주의, 중도자비와 자유해방의 안락주의 등 문명론적 함의를 담은 새로운 이론적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21세기 사회이론의 탐구가 삶의 깨달음, 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출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실천적 함의도 담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아나키즘의 현대적 의의에 주목해왔고 몇 년전 잡종사회의 문명적 비전을 다룬 대작을 상재한 바 있다. 이 책에도 저자는 하기락 교수의 아호인 ‘허유’ 개념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동서문명을 넘어서는 대안적 삶을 희구하는 바램을 피력하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면서도 창의적이고 주체적이며 늘 진지한 탐구의 자세를 잃지 않는 노학자의 애씀이 21세기의 소중한 지적 자원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One Comment

  1. 늘 큰 울림을 주는 배움 가득한 저서에 감사하고 학문적 열의를 멈추지 않는 열정과 의지는 후학들에게 게으름을 깨닫게 해줍니다. 저서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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