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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공동체 통일방안 평가

10월 21일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함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수정 보완 필요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박영호, 전재성, 김병연 등 세 분의 발제와 8명의 패널 토론이 다양한 쟁점들을 심도있게 부각시킨 자리였다. 전체 발표와 토론을 이끄는 좌장역할을 부탁받았을 때 선약을 취소하면서까지 그 제안을 수락했을만큼 내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큰 행사였다.

발제자들은 각기 다른 맥락에서 이 방안의 수정보완, 발전적 계승을 주장했다. 박영호 박사는 30년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방안이 갖는 의의를 강조했고 전재성 교수는 탈근대적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십여년 전 내가 주도해서 서울대 통평원에서 내놓았던 [연성복합통일론]의 문제의식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서 반가왔다. 김병연 교수는 중간단계로서 경제통합을 좀더 구체화하고 그 실현을 향한 보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패널의 토론은 다양했는데 나는 대략 다음 몇가지로 그 쟁점을 요약할 수 있다고 보았다. 1) 30년간 잘 유지되어온 통일방안을 굳이 다시 건드릴 필요성이 있는가 2) 민족이란 개념과 범주를 여전히 중시할 것인가 3) 중간단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 4) 통일방안은 남북이 함께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전략구상으로 추구할 것인가 5) 국내정치에서 이 사안이 정쟁과 이념분쟁의 소재로 오용되지 않고 큰 국가전략으로서의 통합적 지위를 갖도록 할 방안이 있는가 6) MZ 세대의 반응과 생각을 어떻게 통일이란 미래전략에 결합할 것인가.

뚜렷한 답은 얻기 어려웠고 사안별로 의견은 갈렸다. 무엇보다도 이 사안을 들고 나온 통일부나 통평원이 이것을 얼마나 무겁고 중요한 아젠다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불확실해 보였다. 나로서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쟁점이고 지금이 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진지함과 결의가 없이 많은 사안들 중 하나로 다루어보고 그 효과를 이용해 보려는 차원이라면 별반 의미가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두번의 선약을 바꾸면서까지 참여하고 싶었던 자리였고 실제 발제와 토론이 매우 격조높고 충실해서 대단히 유익한 행사였지만,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깊은 무게감을 우리 사회가 부여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구심을 버리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