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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과 한반도 평화

10월 20일 제6회 포스텍 포스리 평화포럼을 조직하여 포스코센터 세미나롬에서 개최하고 좌장 역할을 수행했다. 북한이 핵을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핵교리를 법제화하고 전술핵운용부대를 창설하는 등 북핵의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7차 핵실험 임박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간 금기시되었던 한국의 독자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군사충돌의 위험에 대한 안보불안도 대두되는 시점인만큼 전문가들의 격의없는 토론장으로 유익한 자리였다.

그간의 핵정책 전반에 대한 전문가로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과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 두 분의 발제를 듣고 십여명 전문가들이 패널로 토론에 참여했다. 한교수는 확장억제정책의 강화를, 정박사는 독자핵무장을 대응책으로 주장했고 다양한 배경을 지닌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국제정치, 남북관계, 군사안보, 평화구축, 한국경제 등 여러 관점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논의되었다.

참가자들은 지난 30년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한미의 대응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미 독자적 핵국가임을 주장하는 북한이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보장할 수 있는가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했다. 핵이란 특수무기가 갖는 비대칭성을 고려하면 보다 발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시원한 합의를 얻기 어려웠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인데 이것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방향설정과 무관치 않다는게 사안의 무거움이다.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비핵화의 원칙과 비핵화 정책을 여전히 견지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할 것인가, 북한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한미동맹의 가시적 확장억제정책 방안이 있을 수 있는가, 독자 핵무장을 추구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이 그 핵심적인 쟁점이라 하겠다.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는 고도화된 북핵에 대응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수적이지만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득보다 실이 만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미국핵에 의존하면서 기존의 3축체제를 비롯한 국방능력의 획기적 강화를 추구하는 것이 그 대안으로 언급되었고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확장억제의 근간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정책을 언제까지나 견지할 것인가, 언젠가 도래할 수도 있는 미군철수나 한미동맹 약화의 때 한국의 안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핵을 가진 북한이 북미수교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 쟁점이 무엇인지는 꽤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려운, 그러나 유익한 포럼이었다. 다만 점점 어려운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던 자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