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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판의 댓가, 무능의 비용

외우 조태열 전 유엔대사가 27일 매일경제에 실린 컬럼에서 2018년 전격적으로 추진된 북미정상회담이 중국을 alert 시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들었고 북중을 밀착시켜 결국 북한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2017년 당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유엔 차원의 국제공조는 꽤 잘 작동했고 여러 제재가 합의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목을 끌었던 남북미 탑다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후 오히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남북간의 불신과 갈등이 해소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북한의 대남비방과 핵위협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이 역설적 상황을 직시하고 북한비핵화 전략구상 전반을 재검토하고 플랜B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대사는 주문한다.

29일 아침엔 최근 혹서와 전력난의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는 유럽 현지의 위기가 결국 러시아 위험에 대한 전략적 판단미스에 기인한 것이란 컬럼을 읽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급격한 가스공급 축소는 유럽이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 사회적 불안과 안보위기를 동시에 겪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50% 이상인 독일은 특히 심각한 어려움에 부딪치고 있는데 장차 환경오염이 심한 갈탄 화력까지 사용할 각오지만 장기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더컬럼니스트]의 컬럼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이유가 독일의 “과도한 친러시아 정책의 안일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탈냉전 이래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리스크, 전략적 위험성을 경시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정부가 북한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탈냉전 후 독일이 러시아에 보인 대응을 같은 차원에서 취급할 순 없다. 하지만 그 기대가 좌절당한 현실 앞에서 그간의 전략구상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상황 자체는 확실히 유사하다. 또 한국의 진보정부가 북한 정권과의 협력가능성을 강조할 때 늘 독일의 ‘접촉을 통한 변화’는 좋은 참조이자 선례이기도 했다. 독일은 탈냉전과정에서의 성공적인 통일과 유럽통합의 경험 위에서 신뢰와 통합의 힘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새롭게 변화시키리라 믿었을 듯 하다. 하지만 2022년 현재 한반도도 독일도 그간 견지해온 정책적 전망의 타당성이 흔들리고 그 바탕을 이룬 이론적 공감력도 크게 동요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누구도 원치않던 오늘의 현실은 정책적 오판의 아픈 댓가라 해야 할까? 타당한 정책이었는데 상대방의 배신이 빚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까? 대국주의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국제질서의 퇴행 탓일까? 탓할 대상 찾기가 능사는 아니지만 역설적 결과를 가져온 정책에 대한 냉정한 검토 없이는 오류를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의 현실판단과 정책형성 프로세스 전반을 전면적으로 성찰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하지만 새정부의 어슬픈 언행과 정치권의 구태를 보노라면 오판의 댓가 못지 않게 무능의 비용도 크게 치루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학기술 영역에서 논의되는 “혁신”이 정작 절실히 필요한 곳은 오히려 정치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