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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2, 역사와 생태

독도는 특별한 곳이다. 꽤 많은 시간 파도의 시달림을 감내하면서 가야 하지만 상륙 여부가 불확실하며 접안에 성공해도 30분 내외 머물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는다. 어떤 이는 답사라 하고 어떤 이는 관광이라 부르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독도방문 자체가 정치외교적 논란이 되었지만 지금은 하루에도 수차례 꽤 큰 선박이 독도를 오가고 있고 인터넷에는 독도관광을 선전하는 글귀가 널려 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독도는 특별한 곳이다. 유별난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독도라는 말에서 빼앗긴 주권과 되찻은 주권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무명용사의 기념탑에서 민족을 가시적으로 경험한다고 주장했는데 독도는 그런 상징적 공간에 해당한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어민들의 위령비와 독도의용수비대의 활동사진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의 용사탑인 셈이다. 그래서 독도앞에서 누구나 민족감정을 느끼고 국가를 체험한다. 독도로의 여정은 어쩔 수 없이 역사기행이자 애국여행이다.

독도에서 국가를 떠올린다면 울릉도에선 새로운 자연을 만난다. 화산섬의 위용과 용암석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경이이고 바다를 끼고 있는 한반도 생태의 살아있는 공부시간이다. 울릉도 관광이 독도상징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태와 지질관광 역시 중시할 일이다. 독도와 울릉도의 이 절묘힌 조합은 역사와 자연, 정치와 생태, 답사와 관광이 공존하는 여행문화를 가능케 한다. 공들여 지은 전시관을 찾는 여행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을 들었는데 어쩌면 이런 균형이 좀더 필요함을 알려주는 사인일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또 버스 속에서 역사공부와 쟁점정리의 유익한 시간을 가진 것 못지 않게 울릉도와 독도의 지질적 특성,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감상한 시간 역시 더없이 소중했다. 독도와 울릉도, 울릉도와 독도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굳이 어민들의 생활권 차원이나 영유권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의미있는 여행이 되기 위해서도 독도와 울릉도, 역사와 자연은 함께 있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