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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지성사 북토크

작가이자 사회학자인 정수복 박사의 역저 [한국사회학의 지성사] 4권 북토크가 군산의 인문학까페 정담에서 있었다. 김백영 교수가 사회를 보고 저자의 발제를 들은 후 나와 김민환 교수, 최민석 교수가 차례로 논평을 하고 이후 청중들과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참석자 모두 앞선 군산 일대의 답사로 피곤할수도 있었을텐데 모두들 진지하게 3시간 가까운 시간 대화를 주고 받았다. 오랜 건물의 분위기가 더해져 가히 지식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즐겁고 뜻깊은 자리였다.

책 1-4권은 각각 ‘한국사회학과 세계사회학’, ‘아카데미 사회학의 계보학’, ‘비판사회학의 계보학’, ‘역사사회학의 계보학’이란 제목을 달았다. 학사 대신 지성사라고 한 데서 한국사회학을 분과학차원을 넘어 지식의 형성과 변동이려는 맥락에서 살펴보려는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 책은 사회학적 사유나 지식의 전개가 개인의 성장배경과 활동영역, 시대의 사회정치적 조건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계보학이란 어휘도 지식이 다양한 시대적 조건과 여러 사람들의 복합적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된 것임을 강조하려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생존해 있는 분들을 포함하는 이런 유형의 저설은 늘 이런저런 학문외적 논란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선뜻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연구대상 인물을 설정하는데 고민이 컸을 법하다. 저자는 섬세하게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서울과 서울대학 중심이라는 한국사회의 지적 사회적 편중성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무관치 않을 부분에 대해서도 생경한 회한이나 감정적 평가가 아닌 극도의 절제와 자기겸양을 견지하는 글쓰기 격조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정서조차도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조건 속에서 상대화시킬 줄 아는 고도의 지적 자제력이 돋보이는 책이라 할만하다.

이 책을 일별하고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학계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했다. 학문공동체 내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많은 개별적 구슬들을 발굴하고 연결시키며 체계적으로 꿰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단순한 과거회고가 그 몫을 할 수는 없는 일. 그런 흩어진 구슬들, 개인들의 작은 작업들을 한데 꿰어 큰 지식으로 만드는 학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사회학은 정수복이란 학자를 만나고 그가 쓴 이 책을 통해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구슬들로 멋진 작품을 만들게 된 셈이다. 이 작업을 통해 아카데미 사회학, 비판사회학, 역사사회학을 한국사회학의 세 영역으로 구획한 것도 향후 의미있는 지적 지형도가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