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ities

가진포럼 2.0 단상

코로나 상황으로 오랫동안 지체되던 가진포럼 모임이 6월 16일 새롭게 재출범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상황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자리에서 종종 만나게 된 학계, 관계, 외교, 정치 영역의 전문가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면서 시작된 비공식 모임이다. 현직에서 한발 물러나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 대부분이다. 이전에 비해 여유가 생긴만큼 자유로운 모임 그 자체가 주는 의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주로 모여 식사하던 식당의 이름을 따서 가진포럼이란 이름을 붙였었는데 촛불시위와 뒤이은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점점 가기가 어려운 곳이 되었다. 다시 모임을 하게 되면서는 교통도 좀더 편리하고 근처에 있는 한 연구소 세미나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안국동에서 모이게 되었다. 앞뒤의 시간을 이용해서 화랑들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좋은 덤이다. 앞으로 이름도 안국포럼으로 불러야 할까 모르겠다.

모두들 한국사회에서 최고수준의 전문가들이고 다양한 경험과 조직운영을 해본 분들인데 그 역량과 에너지를 공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더이상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젋은 세대와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문화 생태계를 생각하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퇴직해야 하는 제도가 반드시 부정적이진 않다. 실제로 조직상층이 고령화될수록 권위주의와 관행주의가 힘을 얻고 혁신과 변화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전체로 볼 때 은퇴자가 늘어나는 것 자체를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는 모습에 주목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연령을 근거로 현역과 퇴역을 기계적으로 분할하는 지금의 방식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우선 이런 제도는 공공의 조직분야에서만 적용될 뿐 변호사, 의사, 기업가의 영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공조직분야에서 능력을 키운 고급엘리트층이 예비군처럼 늘어나면서 정치적 연줄로 임명되는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커진다. 5년마다 열리는 대선이 점점 더 엽관제의 모습을 띠게 되고 캠프에 많은 엘리트 예비군들이 참여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텐데 그것이 미치는 영향의 명암을 손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인구학적 고령화와 더불어 늘어가는 퇴직 고급인력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