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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대상으로의 교회공동체

공동체에 대한 공부모임에서 윤진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의 ‘교회분열의 법적 고찰’ 발표를 들었다. 이전에도 교회의 공동체적 속성과 그 변화에 대한 서구 사례를 법학의 관점에서 다룬 발표를 들은 바 있다. 같은 신앙을 공유한 신자들의 자율적 모임이라 할 교회가 법률가의 연구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일견 의아해 보이지만 유럽의 경우 정교분리의 제도화가 근대화의 핵심이었던 점, 교회 내분으로 인한 갈등을 법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한국의 현실, 가족간의 일에도 법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경우가 적지 않은 오늘의 상황을 고려하면 법률적 관심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교회공동체의 법인격이 분할 가능한지, 분열의 절차적 타당성은 어떻게 충족되는지, 교회재산은 신자들의 공유인지 총유인지 등이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한다. 판례의 변화와 최근의 다수의견이 어떠한지 등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국의 개신교는 이미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연구대상이 되어 왔다. 비서구사회에서 1세기만에 강력한 종교로 성장한 것, 세계최대의 대형교회들이 한국에 집결되어 있는 것, 유난히 많은 교단과 교파로 나뉘어진 것, 통일교를 비롯한 신흥종교들이 출현한 것, 불교 및 천주교와 더불어 종교다원주의가 자리잡은 것 등이 국내외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주제다. 70, 80년대 민주화와 인권운동과 친화력을 보이던 개신교가 정치문화적 보수주의와 결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최근 새로운 연구주제가 된다. 곳곳에서 빈발하는 교회분열이라는 현상도 공동체론이나 조직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발표를 들으면서 종교사회학을 전공한 교수였다가 현장 목회자가 되어 사역한 노치준 목사의 최근 저서가 생각났다. 그는 [평신도 시대, 평신도 교회] (동연, 2021)에서 ‘평신도 아마추어리즘’과 ‘교역자 프로페셔널리즘’을 한 축으로 하고, 교회공동체의 양극화를 다른 한 축으로 하여 한국교회의 변화상을 설명하려 했다. 그에 의하면 평신도가 교회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 1980년대 이래 한국교회의 특성인데 평신도의 역량과 열정이 커지고 평신도 신학이 자리를 잡는 한편으로 교권과 전통에 의존한 교역자 권위는 점점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열정적 참여를 가능케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의 한계와 보수적이고 성직주의에 근거한 교역자 프로페셔널리즘의 위기가 만나게 되었다고 본다. 역동성과 위험성의 동시 성장이 다양한 문제들의 출현배경에 있다고 그는 분석한다.

한편 조직규모의 관점에서 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현재 한국의 교회는 100명 이하의 소형교회가 66.5%에 달하고 자립이 불가능한 50명 이하의 교회도 거의 50%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1만명 이상이 모이는 23개 초대형교회의 신도가 전체 신자의 20%를 넘는다. 당연히 대형교회와 중형 교회, 소형교회가 갖는 문제의 양상이 매우 다르다. 재벌과 소규모 자영업자를 상법만으로 규율하기 어렵듯이 교회공동체라는 본질론적 개념만으로 불균등한 현실 개교회를 포괄하는 것은 매우 불충분하다. 교회공동체에 대한 신학적인 답과 법률적인 답이 있겠으나 조직사회학적으로 주목할 쟁점들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노치준 목사는 자립이 어려운 소형교회 경우 앞으로 교회폐지, 합병을 비롯한 조직형태의 재편성이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마을목회, 분교회 모델, 자비량 목회, 작은 교회운동 등이 고려될 수 있겠지만 충분한 대안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반면 대형교회의 경우는 제도개혁과 함께 분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긴 하지만 그것이 대형교회의 또다른 확산모델로 변질될 우려도 없지 않다. 중간규모의 교회는 자립성과 공동체성을 공유할 수 있지만 다양한 변화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거버넌스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내부의 갈등과 분열의 가능성이 상존할 수 있다. 신앙공동체의 바람직한 규모와 그것을 보장할 제도가 어떠해야 할지, 그 규범력을 사회법에 의존할지 자체적으로 정립할 수 있을지, 신자와 교역자의 역할을 어떻게 재편할지, 분립과 통합의 새로운 조직형성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등이 앞으로 불가피할 과제가 될 듯 하다.

4 Comments

  1. 종교사회학의 일부인 교회사회학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겠군요.

  2. 연구대상으로의 교회공동체 전적으로공감합니다. 교수님의 글을 통해 더 분명하게 인식되어요. 제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중형(150~60여명 규모)이며 평신도 운영위원회의로 운영하며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에 속해요. 사회변화와교회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며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애쓰고 있다고 생각되어요. 교수님의 글을 보며 생각할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귀한 글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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