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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연구원 창립 16주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16주년 기념심포지엄이 5월 17일 시흥캠퍼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총장께서 축사를 해 주셨고 2006년 당시 서울대 총장으로 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던 정운찬 전 총리께서 ‘동반성장과 남북관계’라는 기조발제를 해 주셨다. 뒤이어 내가 ‘통일평화의 16년 여정과 새로운 길찾기’라는 발표를 했다. 서울대학교에 통일관련 종합연구원 설립을 기획하고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게 적극 후원해주셨던 정운찬 전 총장님과 함께 기조발제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발제후 김병연 원장의 사회로 회고와 전망을 담은 대담을 했다. 정운찬 전 총장께서는 통일평화연구원 설립을 구상하게 된 배경, 총장으로서 당시 가졌던 꿈과 비전을 말씀하셨고 국정을 담당하셨던 분 답게 동반성장의 대의와 남북관계의 미래를 결합시킬 것을 주문하셨다. 나는 연구원을 설립하면서 지키려 했던 몇가지 원칙들과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 것인지 고민했던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특히 현실적인 쟁점을 다루면서도 정파적이지 않을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 진보보수 및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뢰하고 공유할 데이터와 담론을 산출할 역량을 확보하려 했음을 말했다. 개인적인 회고이고 경험이지만 나름의 역사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메시지였다고 해도 좋을 듯 싶다.

돌이켜볼 때 이처럼 중요한 연구기관을 설립에서부터 10년간 책임질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과분한 축복이었다. 내 능력을 뛰어넘은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던만큼 더 절실하게 애쓰고 선학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해외의 유명 연구소를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내 50대 10년 동안을 줄곧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이 기간을 통해 개인적으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큰 꿈을 나누고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면서 사회적으로 유익한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성과 뒤에 담긴 수고를 기억해주며 그 뜻을 이어가려는 동학, 후배 교수들이 계시니 그 감사함은 말로 하기 어렵다.

한 해 전 통일평화연구원이 시흥캠퍼스로 옮겨간 것을 기념해서 써준 액자를 김병연 원장께서 로비 입구에 잘 보이게 배치해 두어 빛이 났다. 반갑게 만난 여러 연구원들과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통일평화’라는 생소한 개념을 내걸고 두 과제를 새롭게 사고하려던 문제의식을 떠올리며 며칠 고심하던 끝에 생각해낸 글귀였다. “통일은 평화로 가는 길이고 평화는 통일이 피울 꽃이다”. 남북관계가 교착된 오늘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 길이 열리고 그런 꽃이 필 날을 고대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터인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큰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