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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의 법인화와 자율성

한국사회사학회 총회가 2월 16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개최되었다. 법인화된 사단법인의 이사회와 총회, 그리고 연구단체 학회의 총회를 연속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긴 어려웠지만 힘든 걸음을 해준 이사진과 학회 운영진, 그리고 온라인으로 참석한 곳곳의 회원들 덕분에 원만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법인화로 인해 학회의 운영방식이 체계화하고 외부기부를 받아 규모가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연구자들간의 자발적이고 정서적인 신뢰와 유대에 기초해서 발전되어온 학회 본연의 성격과는 잘 맞지 않은 행정적 절차와 그로 인한 부담이 커질 우려도 상존한다. 학회 조직을 합리화하면서 학문공동체의 자율적 역동성을 살리는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지속적인 과제라 하겠다.

한국사회사학회가 비교적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법인화 초기의 궂은 일을 잘 감당해준 은기수 회장, 김인수 운영위원장 수고가 컸지만 오랫동안 학회의 주축이 되었던 분들이 법인의 이사진으로 역할해 준 도움도 크다. 작년 8월에 정년을 하신 황경숙 교수와 금년 2월에 정년을 하는 김필동 교수가 법인 이사로서 늘 참석하여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이미 정년을 하신 이창기, 정진성 교수는 물론이고 제1회 최재석 학술상을 받은 강인철 교수도 이사로서 늘 도움을 주셨다. 장기적으로 학회라는 자발적 연구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학문세대간에 우애공동체 같은 요소가 필수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이번 학회의 총회에서는 김백영 교수가 새 회장에 만장일치로 선임되었고 부회장엔 정준영 교수와 김원 교수, 편집위원장엔 채오병 교수, 운영위원장에 조정우 교수, 학술위원장에 김재형 교수가 위촉되었다. 바쁜 가운데 학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후배 교수들의 열정이 고마왔다. 개별 연구자들에게 가해지는 대학당국, 연구재단의 업적주의와 경쟁주의는 더 강화되고 ‘사회사’ 영역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대와 생각도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지식창출이라는 대의에 자발적으로 헌신할 다음세대와 새로운 아젠다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쉽지 않은 숙제다. 새 회장단이 그 역할을 잘 감당해주리라는 기대로 가뿐한 마음으로 세종행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