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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연대” 집필

UNESCO Korea 의 Issue Brief 6호로 “디지털-팬데믹 디지털 시대 지적 도덕적 연대의 의미”를 출간했다. 보고서 간행에 앞서 11월 1일에 초고발표회를 통해 유네스코가 초기부터 강조한 ‘지적 도덕적 연대’라는 가치가 21세기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구축될 수 있을지를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한 바 있다. 내 발제에 대해 한경구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고 이재열 서울대 교수와 한건수 강원대 교수가 좋은 토론을 해 주었다.

‘전쟁이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귀절은 지금도 평화를 논의하는 많은 곳에서 회자되는 정신이다. 하지만 현실은 국가주의, 민족주의, 문화의 장벽 등으로 인해 그런 지구적 연대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팬데믹이 그 우려를 더하는 중이고 개인들에게는 각자도생의 절박함이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나는 이 글에서 디지털화와 팬데믹의 중첩이 생각보다 훨씬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고 그 결과는 양면적이며 모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류적 대응과 지적도덕적 연대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 도래하는 한편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이런 정신을 실현하고 결집시키기 어려운 환경도 심화될 것이다. 그 격랑을 헤치고 항해해야 하는 인생과 시대가 바아흐로 다가오고 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뒤르켐이 종교 이후의 종교성을 평생의 학문적 문제의식으로 삼았던 것을 생각했다. 지식은 전문화하고 도덕도 상대화하여 인류적 차원의 연대라는 주장이 철지난 당위론처럼 간주되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더욱 그 필요가 절실해지는 고급한 지적도덕적 연대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당분간의 개인적 숙제가 될 듯 싶다.